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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강타자들의 포지션은 1루수다. 수비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지명타자 못지 않게 타격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포지션이다. 홈런왕 이승엽, 이대호, 박병호는 모두 1루수 출신이다. 1루수가 약한 팀은 전체적으로 팀타선이 약하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시즌 들어서 두 선수 모두 기대만큼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최준석은 이런저런 부상과 부진 때문에 2군을 다녀오기도 했고, 박종윤은 여전히 타격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신인급 선수로 등장한 것이 바로 김상호다. 김상호는 4월 30일 1군에 올라 1루수로서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2012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드래프트 7라운드 64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상호가 풀타임 가깝게 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2012년 1군에 데뷔한 김상호는 주로 2군에서 활약하다 2014~2015년 상무에서 군복무를 가진 뒤 올해 복귀했다. 상무 시절 그는 정교한 타격과 장타력으로 중심타자로서 가능성을 보였고, 올해도 4월 한 달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4할9푼1리, 7홈런, 27타점을 때리며 주목을 받았다.
조 감독은 김상호에 대해 "지금은 잘 하고 있는 상태라고 본다. 하지만 장타력을 좀더 늘려야 한다. 각 팀의 1루수를 보면 김상호는 아직 하위권이다. 성장이 필요하다. 3루수로 옮기는 것도 잠깐 생각해 봤지만, 지금의 수비력으로는 무리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여전히 롯데의 붙박이 1루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최준석은 이미 지명타자로 방향이 바뀌었고, 지금은 김상호-박종윤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장타력에 있어서 남부럽지 않았던 롯데는 올시즌 팀홈런이 120개로 10개팀 가운데 8위에 그치고 있다. 30홈런 타자는 없고, 20홈런을 넘긴 선수가 황재균 하나 뿐이다. 지난해 30홈런 이상을 때린 강민호와 최준석은 부상과 부진 등으로 풀타임을 뛰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없었던 점도 이유가 된다. 아두치는 약물 양성반응이 나타나 퇴출됐고, 맥스웰은 손가락 골절상을 입고 아직까지 재활중이다.
방망이 하나만으로도 존재감을 뽐낼 수 있는 1루수가 롯데는 절실하다.
부산=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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