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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KIA의 2016 KBO 리그 경기가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8회초 LG 양상문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와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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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만 놓고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나온다."
LG 트윈스와 양상문 감독에게 2016년 추석은 잊지 못할 명절이 됐다.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한 분위기 속에 치러진 KIA 타이거즈와의 2연전. 4위 자리를 놓고 치른 공동 4위끼리의 두 번의 맞대결에서 LG가 모두 웃었다. LG는 시즌 12경기를 남긴 시점 5위 KIA를 2경기 차이로 따돌린 4위가 됐다. 또, 우리가 순위 싸움에만 눈이 팔려있는 사이 65승1무66패를 기록하게 됐다. 이제 1승만 더하면 5할 승률 고지를 정복한다. 지난 6월 중순까지 힘겹게 5할 싸움을 하다 거짓말같이 추락했던 LG. '꼴찌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을 받다 현재는 최고의 기적을 연출한 팀으로 칭찬받고 있다.
2014 시즌 도중 최하위권에 처졌던 팀을 받아 차근차근 경기를 풀어 '꼴찌에서 4강'이라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올해도 마찬가지. '이럴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잘하지 그랬느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2014 시즌과 올시즌이 다른 건 리빌딩을 하며 얻어낸 값진 성적표라는 점이다. 양 감독은 올시즌을 앞두고 젊은 선수들 위주의 팀 개편을 외쳤고, 현재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많은 젊은 선수들이 팀의 주축으로 자라난 상황. 양 감독은 시즌 초중반 생갭다 좋은 성적에 본인 스스로 리빌딩과 성적 사이 혼란을 겪다, 후반기 시작부터 리빌딩쪽으로 마음을 확실하게 다잡고 팀 운영을 했다. 그러자 새로운 야구가 정착되며 성적까지 덤으로 얻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이 과정까지는 LG 양상문 감독의 뚝심이 빛났다. 사실 양 감독은 10개 구단 어떤 감독보다 시즌 도중 많은 욕을 먹어야 했다. 경기 도중, 그것도 이기고 있는데 자신을 경질하라는 팬들의 현수막을 두 눈으로 직접 봤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이런 일을 벌였던 팬들이, 지금은 조용하다.
언제나 냉철해보이는 양 감독이지만 그도 사람이다. 자신을 둘러싼 이런저런 얘기들에 속으로 마음 아파했다. 양 감독도 팬들이 원하는 바를 모를리 없다. '이 선수를 기용하라', '왜 이런 라인업을 짰느냐'는 말을 들으면 슬쩍 팬들이 원하는 선수 기용을 하며 책임을 회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양 감독은 자신의 뚝심대로 팀을 밀고 나갔다. 자신이 상처를 받고 흔들리면, 현재 추진중인 LG의 리빌딩도 흔들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향후 오랜 시간 동안 LG 야구는 정체하며 퇴보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직 LG가 가을야구를 할 지, 못할 지는 모른다. 13경기를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LG가 팀 체질 개선에 실패했다고 보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LG는 박용택-정성훈 등 베테랑 선수들이 팀 중심을 잘 잡아주는 가운데 야수진에 채은성-유강남-이천웅-양석환-이형종-정주현-안익훈 등 젊은 피들이 1군용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중고참급인 손주인-김용의-문선재 등이 경쟁 속 치열하게 야구를 안하면 안될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투수진도 임정우를 중심으로 김지용-임찬규 등 확실한 1군 자원들이 성장했다. 선발-불펜-마무리 1명씩을 제대로 키워내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불과 3일 전, 14일 마산구장 NC 다이노스전에서 양 감독은 주축 선수들 몇 명을 선발에서 제외하고 경기가 기울자 도중에 채은성을 교체했다. 다분히 KIA와의 중요한 2연전을 대비하는 모습. 선발도 4일 휴식 후 등판해도 몸에 큰 문제가 없는 헨리 소사를 등판시켰다. 일찌감치 KIA 2연전 선발로 데이비드 허프-우규민을 맞춰놓은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경기에 지니 말도 안되는 선수단 운용이라며 비판들이 가득했다. 그러다 LG가 KIA를 연달아 격파하자 양 감독의 선수 기용이 최고의 노림수라는 칭찬이 나왔다.
결국 최근 언론-팬들의 반응은 지극히 결과론에 치우친 것들이다. 감독이 여기에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물론, 프로는 칭찬이든 비판이든 평가를 받는 게 운명이다. 그 평가는 시즌 마지막 종료 후 받아도 무방하다. LG의 가을야구를 위한 마지막 과제도 결국 양 감독의 뚝심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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