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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은 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부터다. 대표팀이 전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야구 붐이 일었다. 당장 관중 이 급증했다. 2011년 사상 첫 6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이듬해에는 700만을 넘었다. 10구단 체제가 처음 도입된 지난해 역시 메르스 변수에도 736만530명이 야구장을 찾아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경신했다. KBO 관계자는 "지금의 추세라면 올 시즌 최대 관중 기록이 새롭게 쓰여질 공산이 크다. 작년 평균 관중은 1만223명, 올해는 9월 7일 현재 1만1574명이다"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출구에는 야구 장비를 파는 곳이 있다. 사회인 야구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야용사'(야구용품싸게사기)다. 요즘은 주로 인터넷으로 주문하지만, 예전에는 이 곳에서 배트, 글러브, 유니폼을 직접 구매했다.
이 사이트에 공개된 가격에 따르면 선수들이 경기 중 사용하는 글러브는 보통 35~50만원이다. 나무 배트는 25~30만원, 배팅 장갑 2만5000원~3만5000원, 스파이크는 10만원 안팎이다. 이런 장비를 풀세트로 구매하면 100만원 이상이 쉽게 들어간다. 삼성 라이온즈 중견수 박해민은 "주위에서 야구를 하는 지인들보면 우리보다 장비가 좋다. 포수 미트는 주문하면 80만원까지 한다고 들었다"며 "장비만큼은 선수보다 동호인이 더 잘 안다"고 말했다.
왜 선수 장비를 쓰는가.
선수 장비를 쓰는 건 기본적으로 "일반 장비보다 우수한 품질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사회인 야구 구력이 늘수록 이런 생각은 더 커진다. 퇴계원 소재 쥬신리그 '브라더스' 팀 유격수 배성모 씨(35)는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선수 글러브는 가죽부터 차이가 난다. 더 오래 쓸 수 있다는 장점이 확실하다"면서 "팬심도 작용한다. 내가 좋아하는 팀, 선수의 장비를 늘 유심히 지켜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스타파크리그 '레인저스' 팀 4번 타자 노주형 씨(34)는 "다들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선수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좋은 장비에 대한 욕심이 있다"며 "지금은 손아섭 선수 배트, 오지환 선수 글러브, SK 와이번스 헬멧 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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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에 대한 동호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장도 커졌다. 구매층이 20~30대에서 20~50대로 확대됐고, 장비 시장도 매해 30%씩 커져 지금은 500억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홈페이지나 카페 등을 포함한 전문 쇼핑몰도 100여개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동호인 1명이 장비 구입에 1년에 쓰는 비용은 30만원 안팎이다. 글러브는 한 번 사면 3년 이상 사용하고, 보통 방망이를 구입하는데 지갑을 연다고 한다. 배성모 씨는 "한창 야구를 할 때는 1년에 한 자루씩은 꼭 샀다. 2개 리그를 뛰면서 매주 2경기를 소화했기 때문에 방망이 욕심이 있었다"고 했다. 노주형 씨는 "홈런을 친 방망이가 부러지면 무조건 다시 샀다. 동호인이라고 선수들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새 장비만 구입하는 건 안니다. 오히려 최근 들어서는 중고 사이트 이용 횟수가 많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야중사'(야구용품중고사고팔기)를 자주 찾는다는 이들은 "구력이 쌓이면 모든 장비를 중고로 사고 판다고 보면 된다. 선수용 글러브는 길이 잘 들어있으면 10만원 이상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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