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4일이었다. 두산 베어스 불펜이 바쁘게 돌아갔다. 잠실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두 번째 투수 투입 시점을 재고 있었다.
홍상삼이었다. 전날 경찰야구단에서 갓 제대한 예비역 병장. 7회 시작과 동시에 윤명준과 몸을 풀던 터였다. 8회부터는 윤명준이 아닌 마무리 이현승 옆에서 불펜 투구를 했다. 당시 두산 벤치는 '편한 상황에서 내보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긴박한 상황이 되자 홍상삼 카드를 썼다. 승부였다.
결과는 완벽했다. 최고 시속 150㎞의 직구를 윽박지르며 '8회 사나이' 이승엽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한 구자욱마저 어렵지 않게 잡아냈다. 순식간에 이닝 종료. 입대 전 '고개가 돌아가 제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던 그는 달라져 있었다. 지난해 4월 오른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도 스피드는 여전했다.
|
홍상삼은 경기 후 "그런 상황에서 나갈 줄은 생각도 못했다. 코치님이 몸을 풀라고 하셔서 풀고 있었을 뿐이다"며 "전광판에 찍힌 스피드를 보고 자신 있게 던졌다. 퓨처스리그에서도 150㎞는 꾸준히 나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너무 떨렸다. 이승엽 선배가 홈런 기록에 도전하는 사실도 몰랐다"며 "(양)의지 형 미트만 보고 던졌다. 다른 건 보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8회 홍상삼이 감히(?) 포수 사인을 거부를 한 사연이다. 당시 그는 이승엽과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다. 2B2S에서 5구째 슬라이더가 볼 판정이 났고, 6구 직구, 7구 포크볼은 이승엽이 커트했다. 이 과정에서 양의지는 1루 견제 사인을 냈다. 타자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한 박자 쉬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홍상삼이 잇따라 고개를 저었다.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이 모습에 양의지는 8회 종료 뒤 웃었다. 두산 코칭스태프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1군에 등록되자마자 긴박한 상황에서 공을 던진 그의 떨림과 긴장감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의미였다.
양의지는 "견제가 필요할 것 같아 사인을 내니 자꾸 고개를 저어 웃음이 났다. 모처럼 등판한 1군 무대이다 보니 떨렸을 것이다" 며 "(홍)상삼이가 경찰청에서 잘 배운 것 같다. 구위는 예전에도 좋았는데, 제구가 확실히 안정됐다"고 말했다. 홍상삼은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무조건 타자와 승부하고 싶었다"며 "야구를 하면서 가장 떨렸던 날이었던 것 같다. 입단 후 몸 상태가 가장 좋은 만큼 앞으로도 꾸준한 투구를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