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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마무리→선발.'
2-0의 리드를 안고 강판한 봉중근은 불펜진이 동점을 허용해 아쉽게 승리를 놓쳤지만, 선발로 제 몫을 하면서 팀이 5대2로 승리하는데 디딤돌을 놓았다. 4년간 마무리로 던지다 지난 시즌 말부터 선발 변신을 시도한 봉중근이 비로소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사실 기대 이상의 피칭이었다. 봉중근은 공격적인 피칭을 통해 투구수를 최소화했고, 낮게 깔리는 제구력으로 넥센 타자들의 배트 중심을 피해갔다. 투구수는 83개였고, 볼넷과 삼진은 각각 3개를 기록했다.
3회초 1사후 김지수에게 중견수 쪽으로 첫 안타를 내줬지만, 임병욱과 서건창을 범타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4회에는 선두 고종욱에게 볼넷을 내준 뒤 이택근과 윤석민을 플라이 아웃, 김민성을 117㎞짜리 몸쪽 커브로 삼진으로 잡아냈다. 5회에는 김하성과 박동원을 연속 삼진 처리한 뒤 김지수와 임병욱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지만, 서건창을 137㎞ 바깥쪽 직구로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났다.
봉중근은 지난해 9월 선발로 2경기에 나가 보직 변신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올시즌을 앞두고 전지훈련서 허벅지 부상을 당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재활을 마치고 5월 1일 1군에 복귀해 kt 위즈전에 선발로 등판했지만 3이닝만 던지고 강판한 뒤 곧바로 2군으로 내려갔다. 봉중근의 선발 변신은 그렇게 포기 단계로 접어드는 듯했다. 6월 16일 다시 1군에 올라선 뒤로도 지난달 말까지 중간계투로 기용됐다. 선발로는 아직 준비가 덜됐고, 팀 선발진에 자리가 없었던 것도 이유였다.
그러다 봉중근은 이날 다시 선발로 등판했다. 사실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었다. LG는 외국인 투수 허프와 우규민이 최근 부상으로 빠지면서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생겼다. 고민이 깊었던 양상문 감독은 봉중근에게 기대를 걸기로 했다. 어정쩡하게 2~3이닝 던지고 말 투수를 올리느니 남은 시즌 베테랑 봉중근의 감각을 믿기로 한 것이다. 선발 복귀 첫 등판서 감을 찾은 만큼 봉중근은 남은 시즌 로테이션을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후 봉중근은 "이겨서 너무 기쁘다. 경기 전에 3,4이닝만 잘 막자고 마음먹었는데 타이밍을 잘 빼앗은 것이 5이닝을 던질 수 있는 힘이 됐다. 팀을 위해 긴 이닝을 던졌다는 것이 정말 기쁘다. 남은 경기서도 어떤 보직이든 팀을 위해 모든 힘을 다 쏟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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