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흔히 말하는, 인정하는 공이었다.
6회 선두 타자 하주석은 중월 2루타, 장운호는 희생 번트였다. 1사 3루에서 후속 정근우는 바깥쪽 싱커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지만 리그에서 컨택트 능력이 가장 빼어난 이용규라는 또 다른 산과 마주했다. 이 경기 전까지 이용규는 유희관과 통산 맞대결 성적이 29타수 9안타, 타율 3할1푼에 삼진 1개로 비교적 강했다.
1~2구는 볼, 3구부터 5구까지는 파울이었다. 이용규는 몸쪽과 바깥쪽 직구 2개, 슬라이더를 모두 커트했다. 볼카운트는 2B2S. 6구째는 125㎞ 슬라이더였다. 던지는 순간 '됐다' 싶을 만큼 예리하게 휘었다. 하지만 이용규가 참았다. 나가던 방망이를 멈췄다.
이용규는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리그에서 삼진이 가장 적다. 483타석에서 고작 27삼진을 당했다. 커트를 하든, 파울 라인 안쪽으로 타구를 날리든 둘 중 하나다. 그런 타자가 131㎞ 직구에 옴짝달싹 못했다. 어느 정도 예측은 하고 있었으나 완벽한 코스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삼진을 당한 이용규가 한 동안 입을 다물지 못한 것도 흔히 말하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공이었기 때문이다.
유희관도 경기 후 "그 직구가 오늘 가장 만족스러운 공"이라고 표현했다. "공수에서 야수들의 도움이 컸고, 팀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끝까지 집중했다"면서 "그 직구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면서 승리 투수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 시즌 왼손 타자 몸쪽으로 직구를 붙이고, 우타자 바깥쪽에 싱커가 아닌 간혹 직구를 던지는 것에 대해 "상대에 나에 대한 분석을 많이 하고 있다. 나 역시 변화를 줘야 한다"며 "전지훈련에서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고 했다. 또 "지금은 겨우내 뺀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러닝을 충분히 하며 체력 관리를 하고 있다. 남은 시즌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최대한 긴 이닝을 끌고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결국 느린 공에 대한 편견을 깨고 성공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그가 매시즌 발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연차가 쌓일수록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과 방식이 더 노련해진 것이다. 그러면서 그의 유일한 목표인 '긴 이닝'도 실제로 길어지고 있다. 유희관은 개막부터 선발로 뛰기 시작한 뛴 2014년 평균 이닝이 5⅔이닝, 지난해는 6이닝, 올해는 6⅓이닝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