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을 만든 건 결국 김성근 감독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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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과거에 비해 달라진 환경 역시 한화와 김 감독을 크게 주목받게 만든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프로야구를 둘러싼 환경이 변했다. 프로야구 팬들의 관전 방식과 참여도, 미디어의 제작환경, 노출 방식은 이전과 전혀 다르다. 심지어 김 감독이 한화 이전에 SK 감독으로 활약했던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김 감독은 이런 변화의 효과를 상당히 크게 누렸다. 실제로 김 감독이 한화 지휘봉을 잡게 된 근본적인 이유도 적극적인 팬들의 어필 덕분이다. 팬문화의 변화가 아니었다면 김 감독은 여전히 야인으로 남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프로야구 환경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그로 인해 굳이 논란이 되지 않아도 될 일들을 논란거리도 만든다. 또 팀 내외부적으로 수많은 '의혹'과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가장 강력한 지지 기반인 팬을 둘로 나누고 있다. 온라인 게시판이나 댓글창에서 김 감독에 대한 '호감'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팬들과 그의 스타일을 싫어하거나 '싫어하게 된' 팬들의 대립각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성적인 토론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과열됐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김 감독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런 점에 관해서는 여전히 옛 방식, 즉 '비밀주의'를 고수한다. 자신의 야구를 타인에게 설명하는 것을 불필요한 일이라고 여기며, 팀에 관한 정보는 그 어떤 것이라도 노출되길 꺼린다. 그냥 이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80~90년대에나 통했던 방식이다. 팬들이 야구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대단히 한정적이었고, 미디어 역시 제한된 환경이었다. 비밀주의는 팀 상대를 혼동에 빠트려 우리팀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묘책이었다.
지금은 이 방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팬들은 어디에서든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에 대해 활발히 토론을 벌인다. 선수들과 직접 SNS로 소통하기도 한다. 감독이 함구해도 알 사람은 다 안다. 반드시 '기밀'로 묶어야 할 정보가 아니라면 일반적인 선수 정보는 구단이 먼저 자세히 공개하는 게 낫다. 다른 팀은 그렇게 한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오히려 자신이 먼저 다친 선수에 대해 브리핑을 한다. 감독으로써 책임을 인정하고 팬들의 양해를 구하려는 것이다. 조상우 한현희 등이 다쳤을 때 이렇게 했고, 넥센 팬들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어설픈 비밀주의는 오히려 의혹과 논란만 양산한다. 최근 논란이 된 김민우의 어깨 부상 케이스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선수가 운동을 하다 다친 건 비밀로 할 사안이 아니다. 오히려 부상 이유와 재활 계획을 널리 알리는 게 팬들을 위한 일이다. 그래야 선수도 팬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김 감독이 이를 비밀로 한 탓에 오히려 혹사 논란의 기폭제가 되고 말았다. 결국 한화를 둘러싼 모든 논란과 분쟁은 김성근 감독이 만든 셈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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