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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대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번 마이너리그행을 최선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은 구단의 배려다. 메이저리그는 9월 확대엔트리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남은 시간은 약 열흘. 이대호가 마이너리그 경기에서 계속해서 실전을 치르며 감각을 끌어올린 뒤 확대엔트리 때 올라와 더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는 게 좋다. 제리 디포토 단장이 "플래툰 시스템 속에서 뛰는 것 보다는 계속 실전을 치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한 게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대호는 전반기 막판 손 부상을 당하며 좋았던 감각을 잃었다. 여기에 상대 투수들은 중요할 때마다 홈런, 안타를 때려내는 이대호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플래툰 짝꿍인 애덤 린드는 베테랑으로서 자신의 경기력을 점점 끌어올렸다. 이대호가 안정적으로 그라운드에 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전반기 2할8푼8리 12홈런을 기록했지만, 후반기 타율 1할9리에 홈런은 단 1개 뿐이었다.
내년 3가지 시나리오.
일단 올시즌을 잘 마무리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만 내년 어디서 어떻게 야구를 할 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기도 하다.
이대호는 시애틀과 단년 계약을 체결했다. 최대 400만달러를 받을 수 있는 조건. 신인으로 13홈런을 때려낸 타자를 쉽게 내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더 긴 계약기간과 더 많은 돈을 주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애매하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36세가 되고, 2할4푼6리의 타율도 걸리는 부분이다.
만약, 이대호가 시애틀과 재계약을 추진한다면 최소 2년부터의 다년 계약과 더 나은 조건에서 협상을 할 기반은 만들어놨다. 또, 단년 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이대호의 자존심을 건드는 일이다. 심리적 안정 없이 또 야구를 해야한다.
시애틀과 이별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할 수 있다. 이대호의 활약을 지켜본 다른 팀들이 영입전에 뛰어들 수 있다. 1루수가 약한 팀이라면 충분히 탐낼 수 있는 자원이다. 플래튼 시스템만 아니라면 타율, 홈런수를 충분히 더 끌어올릴 수 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국내 유턴이다. 위에서 언급했 듯 이대호도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다. 자녀의 교육 문제도 고민해야 할 시기다. 이대호가 일본과 미국 무대를 모두 경험한 것에 어느정도 만족한다고 하면, 향후 4~5년간 최고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을 때 화려하게 국내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고, 전력 보강이 필요한 다른 팀들도 영입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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