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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한화 야구, 왜 1년전보다 퇴보했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6-08-18 10:12


결과로 입증되지 않는 노력은 공허하다.

뜨거운 열정으로 밤낮없이 노력했음에도 결과가 신통치 않다거나 오히려 이전에 비해 나빠졌다면 그 노력의 과정에 무언가 오류가 있었다는 뜻이다. 한번쯤 멈춰서서 그간의 과정이 적절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한화 이글스가 바로 이런 상황이다.


2016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선수들이 두산을 상대로 10대9 승리를 확정짓고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7.30/
지난해부터 한화는 '열정'과 '투지'를 앞세워 프로야구판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4년만에 프로 1군 감독으로 복귀한 김성근 감독은 마무리 캠프부터 강도높은 훈련과 정신 교육으로 선수들을 일깨웠다. 수 년간 꼴찌에서 허덕이느라 무뎌졌던 선수들의 야성과 승부욕을 강한 훈련으로 되살리려 했다.

실제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한화는 지난해 리그 초중반까지는 중상위권 이상을 차지하며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비록 시즌 막판 뒷심부족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탈꼴찌에 성공하며 내년, 즉 2016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남겼다. 분명 지난해 한화의 노력은 뚜렷한 열매를 맺은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올해 역시 지난해에 못지 않게 많은 노력을 쏟아부으며 시즌에 임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오키나와 마무리캠프-고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이어 시즌 중에도 강도높은 훈련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엄청난 투자를 했다. 그러나 결과물이 좋지 못하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뒷걸음질 쳤다.


2016 프로야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3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한화 선수들이 11-5 패색이 짙어진 9회초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6.30/
17일을 기준으로, 한화는 2015시즌과 2016시즌에 똑같이 107경기를 소화했다. 덕분에 명확한 차이점이 드러난다. 우선 팀의 전반적인 성적과 팀 순위. 지난해 한화는 107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리그 5위였다. 53승54패 승률 4할9푼5리를 기록했다. 5할 마진에서 불과 -1승. 이 정도 성적이면 지난해 한화 돌풍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반면 같은 경기수를 소화한 올해의 한화 성적은 지난해보다 크게 뒤떨어진다. 47승57패3무, 리그 7위. 6위 LG와도 2.5경기나 차이가 나는데다 승률 5할 마진에서는 -10승으로 벌어졌다. 엄청나게 퇴보한 셈이다.

구체적인 투타 지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7경기를 소화한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 4.95(8위)에 팀 타율 2할7푼(7위)을 기록 중이었다. 올해는 팀 평균자책점이 5.76(9위)에 팀타율이 2할8푼8리(8위)다. 팀 투수진은 작년보다 확실히 못던졌다. 평균자책점이 0.81이나 높아지며, 구단 레벨에서 한 단계 낮아졌기 때문.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LG 6회 1사 만루에서 이병규의 내야 땅볼 타구를 한화 강경학 유격수가 2루에서 병살 플레이를 시도했다. 하지만 LG 오지환의 깊은 태클에 1루에 볼을 송구하지 못했다. 수비 방해가 아닌지 심판 판정에 어필하고 그라운드를 내려오는 김성근 감독.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7.12
또한 팀 타율이 지난해에 비해 1푼8리 올랐다고 해도, 이걸 팀 타격 수준의 향상이라고 해석할 순 없다. 10개 구단 중에는 8위로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 한 단계 낮아졌다. 이는 한화 타율 상승이 단순한 리그 전반의 타고투저에 따른 결과일 뿐, 타자 수준의 진화는 아니라는 뜻이다. 다른 팀 타자들은 더 잘쳤다.


홈런과 타점은 확실히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84홈런(10위)에 493타점(6위)이었는데, 올해는 103홈런(5위)에 573타점(공동 4위)를 기록 중이다. 로사리오의 영입과 송광민의 복귀가 준 시너지 효과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뒷걸음질 친 건 압도적으로 증가한 실책 탓이다. 지난해 107경기에서 77개(전체 9위)를 기록했던 실책은 올해 95개(전체 9위)로 18개나 늘어났다. 전반적인 수비력이 퇴보했다는 증거다.

아직 한화는 35경기 이상을 남겨두고 있다. 팀 순위는 상대적인 것이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팀내 기록의 경향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 경향성은 현재 한화의 실력이 점점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걸 가리키고 있다. 이런 경향성이 나타나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다른 팀에 비해 월등히 많은 훈련과 특타, 휴일 훈련을 반복함에도 불구하고 실력이 퇴보했다는 건 훈련 방법에 근본적인 오류가 개입됐음을 시사한다. 지금 한화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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