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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린스 필더(32·텍사스 레인저스)가 유니폼을 벗는다.
1980~1990년대 거포로 이름을 날린 세실 필더의 아들인 필더는 2005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통산 2할8푼3리의 타율과 319홈런, 1028타점을 올렸다. 올스타에 6번 선정됐고, 2007년에는 홈런왕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텍사스로 이적한 후로는 목 부상에 시달리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15년 158경기에 출전했을 뿐, 올해까지 3시즌 동안 289경기에서 타율 2할6푼9리, 34홈런, 158타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올시즌에는 89경기에서 타율 2할1푼2리, 8홈런, 44타점을 기록한 뒤 목 부상으로 지난달 19일 LA 에인절스전을 끝으로 현역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텍사스 구단 뿐만 아니라 현지 언론들은 필더의 은퇴에 대해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가 텍사스로 옮긴 뒤 팀을 위한 플레이와 동료들에 대한 배려를 아낌없이 베풀었기 때문이다. ESPN은 '필더에게는 개인적인 기록보다 팀승리가 더욱 중요했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수)보다는 좋은 동료가 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논평했다.
타석에서도 '모 아니면 도'식의 타격을 버리고 정확히 맞춰 어떻게든 출루하려는 스타일로 바꾸기도 했다. ESPN은 '올해 필더는 밀어치기로 좌전안타 또는 중전안타를 때리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의 수비 시프트를 정면돌파하기보다는 빈 공간이 많은 좌측으로 타구를 보내려고 애썼다'고 평했다. 필더는 이 부분에 대해 "난 30홈런을 치고도 패하느니 3할을 치고 이기는게 훨씬 좋다"며 팀플레이가 소중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올해 신인 외야수인 노마 마자라가 메이저리그에 올라오자 그가 잘 적응하도록 지도하고 교육시킨 선수가 바로 필더와 애드리언 벨트레다. 필더는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NBA나 두 아들에 과한 대화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것이 구단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필더가 이렇게 변화를 선택하게 된 것은 잦은 부상으로 인해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자각 때문이었다는 것이 ESPN의 설명이다. ESPN은 '2014시즌을 쉬고 나서 인생관이 많이 달라졌고, 포크송에 관한 대화를 꺼리지도 않았다. 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야구선수로의 능력이 다했음을 인식하고 아버지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필더는 2014년 6월 목 수술을 받은 뒤 지난해 컴백해 '올해의 재기 선수'로 뽑혔지만, 올해 부상이 도지면서 지난달 30일 두 번째로 목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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