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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포지션 투수. 150㎞ 넘는 아찔한 강습 타구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8-04 14:08


2016 프로야구 LG와 두산의 경기가 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8회초 LG 박용택의 타구에 팔을 맞은 두산 정재훈이 왼손으로 송구하려 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8.03.

2016 프로야구 LG와 두산의 경기가 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8회초 LG 박용택의 타구에 팔을 맞은 두산 정재훈이 괴로워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8.03.

하필이면 절친이 친 타구였다.

3일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라이벌전이 열린 잠실구장. 두산 투수조 맏형 정재훈이 고통을 호소했다. 4-5로 뒤진 8회 2사 1,2루 위기. 타석에는 박용택. 초구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며 타자 방망이에 걸렸고 그 공이 오른팔을 때렸다. 맞는 순간 일이 잘못됐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정재훈과 박용택은 휘문중-휘문고 출신이다. 각각 두산과 LG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둘도 없는 사이다. 그런데 올 시즌 4번째 맞대결에서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가 나왔다. 1루에 안착한 박용택의 마음도 편할리 없었다.

당시 정재훈은 야구사에 오래 남을 투혼을 보였다. 오른팔이 골절됐다고 느끼자 순간적으로 글러브를 벗어 왼손 송구를 시도한 것이다. 그립도 제대로 쥐었다. 눈앞까지 공을 끌고 나왔다. 하지만 던질 수 없었다. 이미 타자는 1루 근처에 도달했다. 실책 등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었다. 팬들은 그 장면에 적지 않은 감동을 느꼈다.

정재훈은 수비가 나쁜 선수가 아니다. 투수를 제구, 변화구, 구속, 구위, 수비, 배짱 등 6가지 항목으로 평가할 때 그는 팀 내에서 수비가 가장 좋은 선수다. 공을 던진 뒤 폼이 흐트러지지 않아 기습 번트, 정면 타구에 신속히 대응한다. 배짱과 수비력만큼은 10점 만점에 10점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이번 타구에 속수무책이었다. 순간 피하거나 글러브로 막을 수 없었다. 그만큼 야구는 위험한 종목이다.

과학적으로 94마일(약 151㎞)의 직구가 투수의 손을 떠나 포수 글러브에 도달하는 시간은 0.4다. 타자는 0.2초 안에 타격 여부를 결정하고 0.2초 안에 방망이를 휘둘러야 한다. 문제는 몸으로 날아오는 사구. 피할 시간이 없다. 타자가 0.2초 안에 타격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해도, 그 후 0.2초 안에 피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투수라고 다르지 않다. 강습 타구는 늘 아찔하다. 특히 18.44m거리에서 와인드업에 들어간 투수는 공을 던지고 나면 16m 정도에 위치해 있다. 끝까지 시선을 타자에 고정하고 있어도 몸은 한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다. 그럴 때 박용택이 친 타구가 날아온다면 피할 수 없다. 가뜩이나 방망이 스윗스팟에 걸린 공은 같은 150㎞라고 해도 그 위력이 더 세기 마련이다.


김원형 SK 와이번스 투수코치는 지난 1999년 7월10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내려앉는다. 쌍방울 선발 투수로 등판해 장종훈이 친 직선 타구에 얼굴을 맞았기 때문이다. 김 코치는 코뼈가 부러졌고, 광대뼈가 함몰됐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타구 속도였다. 롯데 자이언츠 노경은도 두산 시절인 지난해 1차 전지훈련에서 라이브 피칭 도중 턱뼈가 부러졌다. 김현수가 친 공에 강타 당해 곧바로 병원으로 실려갔다. 당시 그는 입안에 와이어를 장착했고, 한동안 죽만 먹어야 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지난해 5명의 선수가 머리를 강타당했다. A급 선수의 스윙 스피드는 160㎞가 넘는데, 생명에 위협을 느낄만한 아찔한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이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투수용 헬멧'을 대안으로 내놓기도 했다. 타자처럼 최소한 머리만큼은 보호하자는 취지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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