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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가 식은 탓일까. 오승환이 마무리 보직을 맡은 뒤 첫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9회말이 문제였다. 선두 3번 조이 보토에게 초구 만에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4번 아담 듀발은 6구 승부 끝에 좌전 안타였다. 볼카운트가 1B2S로 유지했으나 6구째 바깥쪽 직구가 조금 높았다. 듀발이 힘들이지 않고 방망이를 돌렸다. 이후 5번 베테랑 브랜든 필립스는 범타로 처리하며 한 숨 돌렸다. 볼카운트 1B에서 바깥쪽 슬라이더가 예리하게 꺾였고 직구에 타이밍을 잡고 있던 필립스는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그러나 왼손 스캇 셰블러를 넘지 못했다. 볼카운트 2B1S에서 직구를 던지다 우월 스리런 끝내기 홈런을 허용했다. 이번에도 제구가 몰렸는데, 타자의 히팅 찬스에서 실투를 던졌다. 오승환이 끝내기 홈런을 내준 건 이번이 처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래 3번째 홈런을 맞았고, 평균자책점도 5월29일 이후 66일 만에 2점대(2.14)로 올라갔다. 세인트루이스의 5-7 패배.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 불펜 요원 가운데 가장 빼어난 성적이었다. 0을 찍고 있는 평균자책점은 물론 원정 24이닝 연속 무실점도 단연 1위였다. 하지만 홈런 한 방에 무실점 행진이 끊겼다. 차라리 9회부터 나왔다면,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에게 6개의 아웃카운트를 맡기는 건 일반적인 투수 기용이 아니다.
한편 오승환은 이날 메이저리그 첫 타석에도 들어갔다. 보통 불펜 투수는 타석에 돌아오면 대타로 교체되지만 오승환은 9회 등판을 앞뒀기 때문에 그대로 방망이를 집었다. 결과는 공 4개를 지켜본 뒤 스탠딩 삼진. 부상 방지를 위해 스윙은 없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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