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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심수창이 5년 만에 선발 승을 거뒀다.
이는 불펜 투수 때 자주 던지지 않은 커브 덕분이다. 89개의 공을 던진 그는 직구 34개, 포크볼 38개, 커브가 17개였다. 두산 타자들은 직구 또는 포크볼에만 포커스를 맞췄다가 꽤 높은 비율로 들어오는 커브에 적잖이 당황했다. 115㎞~122㎞ 사이에서 형성된 각 큰 커브, 곧바로 날아들어온 포크볼은 그만큼 효과가 컸다.
1회 실점 장면에선 운이 없었다. 선두 타자 박건우를 유격수 실책으로 내보낸 게 화근이었다. 그는 무사 1루에서 2번 류지혁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고, 곧바로 폭투를 범하며 무사 2,3루 위기에 놓였다. 여기서 다시 한 번 폭투가 나오면서 1실점. 무사 3루가 됐다. 그래도 상대 클린업 트리오를 모두 범타로 처리했다. 민병헌 삼진, 김재환 1루수 땅볼, 에반스 3루수 땅볼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이닝은 완벽했다. 직구-포크볼 투피치 투수라는 인식을 지우며 커브 활용도를 높였다. 대표적인 이닝이 4회다. 커브 2개로 아웃카운트 2개를 간단히 잡았다. 박세혁을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커브로 유격수 땅볼, 후속 김재호는 포크볼로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운 뒤 1번 박건우를 상대로 다시 한 번 초구 커브를 던져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이 타구는 잘 맞았으나 잠실 구장이 컸다.
그렇게 심수창은 1799일 만에 선발승을 거뒀다. 심수창 덕분에 불펜 투수를 아낀 한화는 1승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심수창은 경기종료 후 "선발승이 이렇게 오래 걸릴지 몰랐다. 감독님이 나를 믿어줘서 보답을 해드리고 싶었다. 이기는데 발판이 되고 싶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선발승에 욕심을 내진 않았다. 최대한 점수를 안 주려고 노력했다. 5회에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후가 되어서야 '꼭 이겼으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잠실=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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