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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파문이 프로야구 일상까지 바꿨다. 이태양과 유창식에 이어 또다른 선수들에 대한 조사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태풍전야처럼 불안하다. 두산과 NC의 선두 싸움, 롯데-kIA-한화가 뒤엉킨 5위 다툼. 리그는 진행중이지만 야구인들은 삼삼오오 만나기만 하면 승부조작에 대한 걱정들을 털어놓고 있다.
B구단 관계자는 "우리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미리 사과문까지 써놨다. 사태가 발생하면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한화를 보니 유창식 사건이 터지자마자 총알같이 사과문을 올리더라. 진정성 있는 사죄의 마음을 충분히 담고, 관련자 처벌, 재발방지에 노력하는 길 밖에 없다"고 했다.
흉흉한 소문은 '포비아'를 양산하고 있다. '누구, 누구가 가담했다더라', '국가대표가 포함됐다더라'는 식의 소문은 꼬리가 하나둘 더해져 완전히 다른 그럴싸한 소문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삼인성호'는 온라인과 SNS가 발달한 요즘에 더 만연해 있다.
구단 관계자가 "최소한 우리에게만은 제대로 털어놔야 도와줄 수 있다. 알아야 도와줄수 있다"고 말해도 사실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구단들이 긴급 자체조사후 '우리는 결백하다'고 섣불리 단언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널리 알려진 승부조작 방법은 경기초반 볼넷을 주거나 실점을 하는 것이다. KBO는 수년간 경기를 전수조사하며 1000여건이 넘는 1회볼넷 경기를 체크중이다. 이를 토대로 승부조작을 가려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투수는 볼을 던질수도 있고,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도 있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볼을 던져 상대타자를 현혹시켜야한다. 수년간 이어진 타고투저. 투수들은 타자들의 기세에 억눌려 있다. 볼을 던지고 싶지 않지만 스트라이크를 못 던질때가 많다. 이때마다 팬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이 난리통에 승부조작을 하는 파렴치한 선수는 없겠지만 1회 볼만 나오면 '어, 승부조작 아냐, 토토 아냐'라며 비꼬기 일쑤다. 조롱이 이어지면 회의가 커지고, 열정은 식는다. 지금은 관중수 운운할 때가 아니지만 자꾸만 관중수 추이에 눈이 간다.
야구계는 제대로된 개혁, 빠른 매듭을 바라지만 수사당국의 행보에 모든 것을 맡겨둘 수 밖에 없다.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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