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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몸통은 어딜까. 브로커 대부분은 아마 지도자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7-26 23:20


올 시즌 프로야구가 승부조작 여파로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한화 시절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유창식. 스포츠조선.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태가 확산일로다. 이태양(NC 다이노스), 문우람(상무)에 이어 유창식(KIA 타이거즈)까지 한화 이글스 시절 두 차례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클린 베이스볼'을 올해 기치로 내세웠지만, 선수들의 도덕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최고의 경기력과 최선의 승부로 싸워야 함에도 '고작 볼넷 1개'라는 안일한 인식 속에 야구 인생을 망치고 있다. '프로 선수'라면 공정한 승부를 통해 기쁨과 감동을 전할 의무가 있다. 그 대가로 부와 인기를 항유한다. 그런데 20대 초중반 어린 선수들이 구단과 동료, 팬들을 기만하고 있다. 검은 돈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자칫 승부조작으로 무너진 대만야구처럼 프로야구가 쇠락의 길로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작금의 상황은 메이저리그에서 터진 '블랙삭스 스캔들'과 다르지 않다. 이 스캔들은 1919년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신시내티 레즈에 고의로 패한 사건이다. 문제는 역시 돈이었는데, 당시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던 화이트삭스의 선수 8명이 도박사들에게 돈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사상 최악의 스캔들로 남아있다.

현재 10개 구단은 1,2군 선수를 대상으로 1대1 면담을 진행 중이다. 자진 신고를 유도해 영구 제명되는 사태만은 막자는 의도다. 하지만 범법행위를 저지른 선수가 쉽게 자수할 리 없다. 2012년 승부조작으로 영구제명된 박현준도 끝까지 범죄를 부인했다. 면담 자리에 나간 구단 관계자의 속만 탄다.

결국 개개인이 건전한 스포츠 정신을 갖추지 않는 한 승부조작은 뿌리뽑기 힘들다.

아울러 활개치는 브로커와 선수의 만남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 야구계에 퍼진 이태양과 문우람, 유창식, 그리고 브로커와 관련된 소문은 충격 그 자체다. 지방 A구단의 경우 스카우트가 브로커와 연결돼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또 다른 지방 B구단 소속 선수의 친형이 브로커라는 소문도 있다. 이 선수가 소속팀의 주축 투수여서 논란이 일파만파다. 여기에 수도권 C구단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 적지 않은 선수가 브로커와 두터운 친분을 유지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적발된 선수는 3명이지만 브로커 숫자는 셀 수 없이 많다는 얘기다.

프로 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의 승부 조작 사건이었던 2011년 K리그 승부 조작 때는 조직폭력배가 깊숙이 관여돼 있었다. 전·현직 선수 58명이 연루돼 전원 영구 제명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조직폭력배 없이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브로커도 있다고 한다. 선수 출신으로 아마 야구 지도자나 사회인 야구 코치로 활동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유창식도 경찰 조사에서 '친분 때문에 두 차례 승부 조작을 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술 몇 잔에, 몇 백만원에 양심을 팔았다. 한 야구인은 "브로커로 대부분은 불법 토토에 빠져 있다. 선수 출신 D씨는 지방 고등학교에서 코치를 하다가 불법 토토를 하기 위해 학부모에게 돈을 빌렸고, 지금은 잠적 상태다. 다들 D씨가 브로커 활동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유창식 사태 때도 동생이 현역 야구 선수인 1~2명이 유력한 브로커로 거론됐는데, 모두 불법 토토에 빠져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야구인은 그러면서 "조직폭력배를 끼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브로커만 있다고 믿으면 오산이다. 단순히 자신이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선수에게 부탁을 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수들이 공과 사를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요즘은 선수 출신 지인을 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브로커 숫자는 예전보다 늘어났다. 선수 섭외, 설계 과정은 더 치밀하고 지능적으로 변했다. 불법 토토, 도박 사이트 기승과 함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브로커와 선수의 검은 거래. 과연 어느 구단이 승부조작에서 떳떳할까. 프로야구가 출범 이후 최대 위기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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