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몇 년간 KBO리그는 관중동원과 연계된 흥행, 산업화의 가능성, 리그 전체의 위상, 주목도 측면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냈다. NC 다이노스와 kt 위즈, 두 신생팀이 프로야구 소외 지역에서 창단해 빈 곳을 채우고 균형을 맞췄다. 오랫동안 염원했던 메이저리그식 새 구장이 광주, 대구에 들어섰고, 국내 첫 실내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이 문을 열었다.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국제대회 유치까지 가능해진 야구 인프라를 구축됐다. 야구인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만들어 낸 성과다.
프로야구의 '젖줄'인 아마야구 육성을 위해 KBO가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외형적인 성장과 내실있는 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한 야구인은 "KBO리그가 최고 스포츠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해도 한방에 훅 갈 수 있다"고 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면 언제든지 팬들이 등을 돌릴 수도 있다고 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관중 300만명을 오르내리던 KBO리그다.
지금까지는 주로 리그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걱정이고 고민이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을 보면 이런 논의들이 고담준론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프로야구의 위기가 외부 요인이 아닌, 리그 내부에서 불거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선수 관리 리스크가 리그 전체 문제가 됐다.
|
지난해 가을에는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이 터졌다. 한해 평균 수십억원을 받는 선수들의 일탈 행위를 팬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주축 불펜투수 역할이 기대됐던 안지만은 시즌 중인 지난 주 팀에서 퇴출됐다. 팀 전체가 특정 선수의 '문제적 행동'으로 무너지고 매도될 위기에 처했다. kt의 주전 포수 장성우는 SNS에 올린 글이 문제가 돼 실형이 선고됐다. 잊을만 하면 음주운전 문제가 튀어나오고, 공연음란죄로 임의탈퇴가 된 선수가 나왔다.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리그 위상까지 떨어진다.
이제 모든 팀이 선수 리스크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 오랫동안 어렵게 쌓아온 리그의 가치가 일부 선수들의 '자해'에 가까운 행동으로 위협받고 있다. 외부로 향했던 시선을 내부로 돌려야할 때인 것 같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주축 투수들의 원정 도박 여파로 최하위권 팀으로 추락했다. 주축 선수들이 잇따라 사고를 친 kt는 반등의 동력을 잃었다. 승부조작을 인정한 이태양의 소속팀 NC, 유창식의 KIA, 군검찰에 이첩된 문우람의 히어로즈도 팀 이미지 손상이 불가피하다. 팀 분위기가 흔들릴 수도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