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크를 지적한 한화 이글스 뿐만 아니라 그 문제를 지적받은 롯데 자이언츠의 사령탑이 모두 같은 말을 했다. 그리고 두 사령탑이 아쉬워 한 점도 같았다. 매우 희한안 일이다. 이는 그만큼 심판진의 경기 운영이 미숙했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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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나눔올스타 코치 한화 김성근 감독이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고척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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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한화의 경기에서는 경기 후반 논란의 장면이 나왔다. 8회초 2사 1, 2루에서 롯데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2루에 견제구를 던지려다 실수를 했다. 베이스가 아닌 유격수 문규현에게 원바운드로 공을 던진 것. 문규현은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지 않은 채 원래 수비위치에서 공을 잡았다.
사실 따져보면 경기 중 얼마든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손승락은 베이스가 아닌 수비를 향해 공을 던졌다. 이는 주자 견제의 목적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명백한 보크에 해당한다. 때문에 가장 가까이에 있던 박근영 2루심이나 권영철 주심이 이를 지적하고, 자연스럽게 경기 진행에 반영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심판진의 확실한 콜이 나오지 않는 바람에 양측 감독들이 한 차례씩 그라운드에 나와 어필을 했다. 그리고 4명의 심판진이 그라운드에 모여 한참 토의까지 진행한 뒤에야 보크가 선언됐다. 이로 인해 경기도 한참 지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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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프로야구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1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조원우 감독이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6.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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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이 벌어지고 하루가 지난 23일. 롯데 조원우 감독과 한화 김성근 감독에게 모두 전날 보크 상황에 관해 물었다. 흥미롭게도 서로 공방을 벌이는 입장임에도 같은 내용의 발언이 나왔다. 두 감독은 일단 모두 "손승락은 확실히 보크를 한 게 맞다"고 했다. 조 감독은 "그 장면은 명백히 보크였다. 우리 덕아웃에서도 당시에 이미 보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당시 심판진이 손승락의 2루쪽 견제 보크 상황을 보고서도 아무런 제스추어를 취하지 않자 곧바로 그라운드에 나와 어필을 했다. 이에 관해 김 감독은 "당연히 보크인 줄 알고 나왔다. 바로 보크 선언이 나오지 않길래 왜 안하고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들을 정리하면, 김성근 감독 뿐만 아니라 조원우 감독 역시 당시 손승락에 대해 확실한 보크라고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작 심판진은 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당시 주심이였던 권영철 심판이 어필하러 나온 김 감독에게 "(보크 선언을)하려고 했다"고 했다지만, 정작 해당 플레이가 나온 뒤에 즉각적인 콜이 나오지 않았다. 또 김 감독이 덕아웃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약 3분여 동안 4심이 그라운드에 모여 토의를 하기도 했다. 이는 심판진 사이에서 보크 판단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에 관해 양팀 감독은 똑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조원우 감독은 "재빨리 판단하지 못하고 불필요하게 경기가 지연된 점이 아쉽다. 곧바로 보크 선언을 했다면 상대 감독이 어필하러 나올 일도 없었을 것 아닌가. 또 보크는 '4심 합의사항'도 아닌데 왜 4심이 모여 합의를 했는지도 의문이었다. 그래서 그라운드에 나가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조 감독은 심판진이 4심 합의 끝에 보크를 최종 선언한 뒤 한 차례 어필을 했다. 이러면서 경기가 또 지연됐다.
김성근 감독의 불만도 마찬가지다. 그는 "아마도 더워서 그러는 것 같다"며 농담을 건넨 뒤 "명확히 판정했으면 될 일이다. 원래 베이스가 아니라 수비수에게 공을 던지면 보크다. 문규현은 아예 2루 커버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감독은 "보크 판정뿐만 아니라 볼판정 역시 명확해야 한다. 심판진이 판정 하나로 한 선수의 경력과 인생이 좌우될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팀 감독의 한결같은 불만사항은 결국 이날 심판진의 미숙한 경기운영으로 귀결된다. 이에 대해 KBO 심판위원회는 24일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판정 지연 사태를 일으킨 심판진(최수원 조장, 박근영 이영재 권영철 윤태수)에게 벌금 50만원을 부과했다. 스스로의 미숙함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50만원의 벌금이 심판진의 미숙한 경기 운영능력을 향상시키는 자극되가 될 지는 의문이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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