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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인 것 같았던 삼성. 하지만 실전은 달랐다.
삼성은 안지만의 불구속 기소로 분위기 자체가 떨어져 있었다. 경기 전 류중일 감독은 시종일관 침통한 표정으로 "코칭스태프가 모여서 '그래도 야구는 해야 하지 않나'라는 말로 선수단 분위기를 추스리려 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1회 두산은 삼성 선발 김기태를 사정없이 몰아부쳤다.
하지만, 두산은 더 이상 득점하지 못했다. 그 흐름이 경기 끝까지 갔다.
1회 급격히 흔들렸던 선발 김기태는 2회 2사 1, 3루 위기 상황에서 민병헌의 잘 맞은 타구가 3루수 직선타로 잡힌 계기로 안정감을 확실히 회복했다. 6회 2사까지 별다른 위기없이 역투했다. 자신의 한 경기 최다투구(111개)를 기록하면서 5⅔이닝 7피안타 4탈삼진 3실점으로 승리 투수의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다.
김기태의 역투가 더욱 빛난 것은 누가 보더라도 삼성이 몰리는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강인하게 버텨줬다는 점이다.
삼성은 곧바로 추격권에 들어섰다. 2회 발디리스의 볼넷과 백상원의 우전안타로 무사 1, 3루의 찬스를 잡았다. 그런데 최재원이 투수 앞 땅볼을 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는 듯 했다. 3루 주자 발디리스가 협살에 걸렸다.
하지만 발디리스는 최대한 시간을 끄는 좋은 주루 센스로 1루 주자 백상원을 3루에, 타자 주자 최재원을 2루까지 안착시켰다.
발디리스의 플레이 자체도 빛났지만, 나온 시점이 매우 중요했다. 자칫 완전히 가라앉을 수 있는 분위기가 되살아나는 불씨를 만들었다. 결국 이지영의 중전 적시타와 김상수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삼성은 뽑을 점수를 모두 뽑았다.
2-3, 1점 차로 추격했다.
4회 백상원의 날카로운 좌익수 플라이성 타구는 김재환에게 잡히는 듯 했다. 하지만 타구의 날카로움 때문에 김재환이 마지막 포구 순간, 공을 흘렸다. 결국 2루타가 됐다. 최재원의 번트와 이지영의 희생플라이로 삼성은 결국 동점에 성공했다.
결국 미묘하게 삼성이 분위기를 가져갔다. 심리적 불안감은 두산이 더욱 컸다.
6회 두산 선발 유희관이 무너졌다. 선두타자 발디리스가 중전안타를 쳤고, 최재원이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지영마저 2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중전안타로 1사 만루. 김상수가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리드를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구자욱의 우선상 싹쓸이 2타점 3루타가 터졌다. 6-3, 심리적 리드 폭이 매우 컸다. 두산의 타선을 고려하면 3점 차는 물리적으로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양 팀의 미묘한 분위기의 희비쌍곡선이 점수 차를 크게 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은 고비가 남아 있었다. 안지만의 공백으로 삼성의 뒷문은 상당히 약해진 상태. 두산의 뒷심이 겹쳐지면, 아직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분명 아니었다.
삼성 입장에서는 추가점이 절실했다. 하지만, 더 이상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진야곱(1.1이닝 무안타 무실점) 김강률(1이닝 1피안타 무실점) 이현호(1이닝 무실점) 등 두산의 날카로운 구위를 가진 중간계투진에 타선이 막혔다.
결국 삼성 입장에서는 막아내기 싸움이었다. 7, 8회 두산은 선두타자를 출루시키고도 후속타가 불발됐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약간 무뎌진 두산 타선의 미세한 약점이 드러났다.
9회 찬스를 잡았다. 박건우가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그리고 김재환은 전광석화같은 타구를 우선상으로 날렸다. 하지만, 탄도가 높지 않았다. 구자욱의 벽을 뚫어야 했다.
너무나 빠른 타구. 구자욱은 동물적 감각으로 타구를 캐치, 1루 베이스를 밟은 뒤 2루로 뿌렸다. 병살타. 사실상 쐐기를 박는 완벽한 수비.
구자욱은 이날 결정적인 2타점 3루타를 쳤을 뿐만 아니라, 9회 강렬한 디펜스로 삼성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두산은 3번 민병헌이 좌전안타를 때렸지만, 더 이상은 나오지 않았다.
결정적 순간, 삼성은 분위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좋은 플레이를 했다. 반면, 두산은 그 흐름을 끝내 뒤집지 못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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