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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2014년 꼴찌에서 4강의 기적을 재현하라!
일단 타순부터 달랐다. 박용택-손주인-이병규(7번)을 1-2-3번으로 배치시켰다. 그리고 오랜만에 1군에 올라온 양석환을 포함한 젊은 선수들을 뒷 타순으로 내렸다. 자신들의 경기력을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베테랑들에게 조금 더 부담을 지어주고, 젊은 선수들이 신나게 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 베테랑들에게 부담만을 지운 것도 아니다.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는 손주인은 상위 타순에 올라가며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됐고, 타격 부진으로 마음 고생을 하던 이병규의 경우 과감히 3번에 기용하면서 선수에게 '나를 믿는구나'라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두 사람은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양석환의 네 번째 타석도 눈여겨 볼 대목. 채은성의 적시타로 7-5 역전에 성공한 LG는 양석환이 쐐기를 박는 2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불펜진 불안을 안고있는 LG 입장에서는 상대 숨통을 완전히 끊는 천금의 안타. 사실 양석환은 오랜만의 1군 경기 출전에 앞선 타석까지 3타수 무안타로 무기력했다. 이 찬스에서 대타 정성훈을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양 감독은 뚝심있게 양석환 카드를 밀고 나갔고, 양석환이 양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그동안 "젊은 선수를 키우는 것이냐, 아니면 성적을 위해 어떻게라도 점수를 짜내는 야구를 할 것이냐"는 물음에 딱히 답을 할 수 없는 LG의 야구 스타일이었는데, 이 장면으로 양 감독이 후반기 보여줄 야구의 방향이 어느정도 설명이 됐다. 젊은 선수 입장에서는 몇 타석 치지 못했다고 바로 교체를 당하면 더욱 위축되기 마련. 그 악순환을 없애고자 양 감독이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베테랑 선수들도 젊은 선수들의 활약에 더욱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양 감독은 2014년 시즌 도중,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감독으로 부임했다. 당시 '독한 야구'를 주창하며 "지금은 최하위권에 있지만, 욕심내지 않고 한 계단, 한 계단 천천히 올라가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차근차근 상위권 팀들을 추격한 LG는 꼴찌에서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당시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성적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양 감독이 생각한 야구를 무리수 없이 차분히 펼쳐보인 결과였다.
LG는 전반기 막판 극심한 부진으로 8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2014 시즌 위기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 것도 아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당시의 마음으로 하나 된 모습을 보인다면 LG는 후반기 돌풍의 팀이 될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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