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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집중분석] 시즌 최다실점, kt 마리몬 몰락의 원인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6-05-26 01:57


믿었던 팀내 최다승투수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시즌 최악의 결과였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kt 위즈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 외국인 선발 마리몬을 투입했다. 마리몬은 이날 경기 전까지 팀내에서 가장 많은 5승(1패)을 올리고 있던 실질적인 1선발이다. 평균자책점도 3.91로 선발진 가운데 가장 좋았다.


2016 프로야구 kt와 두산의 경기가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3회말 두산 허경민에게 좌중간 3루타를 허용한 kt 마리몬이 교체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m / 2016.05.25.
기대를 무너트린 마리몬의 몰락

게다가 마리몬의 올시즌 두산전 첫 등판이었다. 시범경기 기간에도 마리몬은 두산전에 출격한 적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이런 경우라면 투수쪽이 약간 유리한 면이 있다. 아무리 전력 분석을 했더라도 실제로 타석에서 보는 투수의 구위나 궤적에 관해 타자들이 낯설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kt 조범현 감독도 내심 마리몬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조 감독의 이런 기대감은 금세 실망감으로 바뀌고 말았다. 경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리몬의 심각한 수난이 이어지고 말았다. 1회말에는 그래도 1사 1루에서 민병헌을 유격수 앞 병살타로 처리해 무실점으로 끝냈는데, 2-0으로 앞선 2회에 대형사고가 터졌다. 두산 타선이 마리몬을 상대로 안타 5개와 볼넷 2개 등을 앞세워 타자일순하며 순식간에 6점을 뽑았다.

마리몬의 수난은 3회에도 이어졌다. 선두타자 양의지부터 8번 허경민까지 4명의 타자가 연속 안타를 터트렸다.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던 kt 벤치는 마리몬을 내리고 박세진을 투입했다. 그러나 박세진이 9번 김재호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마리몬의 자책점이 추가됐다. 결국 마리몬은 2이닝 만에 10안타 2볼넷으로 무려 10점을 허용했다. 이는 마리몬의 시즌 최소이닝(타이)-최다실점(종전 5점) 경기였다. 한 마디로 최악의 참사였던 것.

도대체 왜 이런 참사가 벌어지게 된 것일까. 기본적으로 막강한 두산 타선의 힘을 꼽을 수 있다. 이날 두산 타선은 1번부터 9번까지 쉬어갈 곳이 없었다. 욕심내지 않고, 마리몬의 실투를 정확히 노려쳤고, 빠른 발을 앞세운 현란한 주루 플레이로 득점을 이어갔다. 2루에 나간 주자는 어지간한 안타에도 손쉽게 홈까지 들어왔다.


LG와 kt의 주말 3연전 두번째 경기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6회말 2사 3루 kt 포수 김종민이 LG 채은성의 파울플라이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4.30/
kt의 구조적 한계, 허약한 포수


그러나 한편으로는 kt의 치명적인 약점이 참사의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 안정감있는 포수의 부재다. 투수가 흔들리면서 상대 타선이 적극적인 공세를 취할 때, 이 흐름을 깨트리는 건 포수의 몫이다. 타자들의 성향을 고려해 볼배합 패턴을 바꾸거나 마운드에 올라가 투수와 대화를 하며 안정을 유도하는 등 각자의 노하우를 동원해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포수의 역량이 kt에겐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날 마리몬은 최고구속이 148㎞까지 나왔지만, 제구력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투수에게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두산 선발인 장원준도 이날 제구가 좋지 않았다. 1회초부터 kt 타자들에게 연속 3안타를 맞고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끝에 2실점하는 등 계속 흔들렸다. 타선의 힘으로 10-2로 전세를 뒤집은 3회에도 2사 만루를 허용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제구력 난조 현상이 똑같이 나타났음에도 마리몬이 무너진데 반해 장원준은 6회까지 2실점으로 버텼다. 포수의 역량에서 비롯된 차이다. kt 선발 포수인 김종민은 이날 거의 모든 볼배합을 벤치로부터 지시받았다. 스스로 창의적인 볼배합을 구성해 투수를 리드하지 못했다. 아직 성장 과정에 있는 김종민의 어쩔 수 없는 한계다. 그를 탓할 수만은 없다. 주전포수 장성우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징계 중인 kt의 구조적 문제다. 그러나 이렇게 제 3자인 벤치로부터 지시받는 리드는 투수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반면 리그 최고의 포수로 평가받는 양의지는 흔들리는 장원준을 적극적으로 리드하며 안정화시켰다. 장원준이 1회 실점 이후 6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틸 수 있던 결정적 요인이다. 투구 패턴에서 그런 차이가 나타난다. 3회까지 많이 구사하던 슬라이더를 4회부터 대폭 줄이는 대신 3회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체인지업과 커브를 구사하게 만든 것. 투수의 장점을 최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건 포수의 기본이자 가장 핵심적인 역량이다. 김종민은 아직 이런 힘이 부족하다. 마리몬의 몰락은 이로 인해 비롯된 셈이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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