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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토리] kt 김주일 응원단장에게 박수와 격려를!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5-23 11:01



kt 위즈가 프로야구 10번째 막내구단으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야구단의 핵심인 경기력, 성적도 좋지만 신나는 kt만의 응원 문화도 팬들이 경기장을 찾게 하는데 한몫 하고 있다. kt는 베테랑 김주일 응원단장(38)이 응원을 주도하고 있다. 팬들 앞에서 늘 밝고 힘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 단장. 하지만 그에게는 최근 원형탈모까지 생기게 한 힘겨운 일이 있다고 한다.

어머니의 의료 사고, 그래도 그는 웃어야 한다.

최근 한 야구 팬 커뮤니티에는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동수원병원에서 풀이 죽어있는 김 단장의 사진이 공개됐다.

김 단장은 수원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 전, 그리고 경기 후 병원을 찾는다. 그의 모친이 입원중이다. 김 단장은 "작년 7월이었다. 어머니께서 다리 골절상을 당하셨다. 부러진 뼈만 붙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전 병원에서 치료를 잘못해 뼈 사이마다 염증이 생기고 말았다. 그런데 그 병원에서 이를 방치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단순한 골절상을 당하고 최근까지 수술만 5차례를 받았다. 처음 동수원병원으로 옮겼을 때 담당의는 "다리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는 청천병력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다행히, 수술과 치료 끝에 절단을 해야하는 위기는 넘겼지만 아직도 모친은 장기 입원중이다.

어머니를 돌볼 사람이 없다. 김 단장은 외아들이다. 아내도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하고 아이도 키워야 한다. 부친은 2014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렇다고 일을 포기할 수도 없다. 벌써 수천만원이 나온 병원비를 벌어야 한다. 체력, 정신적 고통에 원형탈모까지 왔다.

김 단장은 "병원에 갔다 경기장에 나가, 팬들 앞에서 웃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게 생갭다 쉽지는 않다. 그렇다고 응원단장이 풀죽어 있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프로 무대에서 활동하는 만큼 나도 프로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올해부터 유독 파울볼에 민감하다. 위험한 파올볼이 날아오면 응원도 중단하고 파울볼을 주의하라고 소리친다. 남자 관중들이 무리하게 공을 잡으려고 하면 약간은 화가 난 어조로 소리를 치기도 한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다. 김 단장은 "빠르게 날아오는 야구공은 정말 위험하다. 특히, 어린이팬과 여성팬들은 이를 잡거나 피하기 힘들다. 절대 다치시면 안된다. 응원보다 더 중요한 건 팬들의 안전"이라고 설명했다.

정직원 돼 kt로 옮겼다는 말에 허탈한 마음 뿐.


김 단장이 리그에서 가장 유명한 응원단장이 된 건 KIA 타이거즈의 힘이 컸다. 김 단장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1시즌 동안 KIA의 응원단장으로 활약했다. 전국구, 최고 인기팀 단장으로 얻는 인기가 상당했다. 그런데 돌연 2015 시즌을 앞두고 kt로 적을 옮겼다. 항간에는 "김주일이 KIA를 배신했다", "정직원이 돼 많은 돈을 받고 kt로 옮겼다"는 말들이 나돌았다.

이에 대한 진실이 궁금했다. 김 단장은 "내가 돈을 많이 받고, 정직원이 돼 kt로 옮겼다고 하는데 이는 절대 사실 무근"이라고 잘라말했다. 김 단장이 kt에 오면서 계약서를 쓴 것도 없다. 같이 일하겠다고 한 구두 합의가 전부다. 현재 프로야구 10개 응원단장 모두 계약직으로 경기당 수당을 받는다. 한 경기 응원을 하면, 응원단장 수당이 구단에서 나오고 이를 자신의 소속 이벤트사에서 수수료를 뗀 뒤 일당 형식으로 돈을 받는다. 금액 공개는 힘들지만 10개 구단 수당이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김 단장에게는 KIA에서 할 때와, kt에서 할 때 수입 차이가 크지 않다.

그렇다면 왜 옮겼을까. 김 단장은 "KIA 시절 신혼집을 수원 인근 경기도 화성에 얻었다. 그 때부터 광주를 비롯해 전국에 출장을 다니는 형식이었다"고 말하며 "수원에서 일을 하면 이동이나 현지 체류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를 여읜 후 서울에 홀로 계시는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이유도 있었다"고 했다. 때마침 kt가 김 단장에게 "장기적으로 팀 응원 문화를 정착시켜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손을 내밀었다.

물론, 김 단장에게 KIA 시절 추억은 소중하다. 수만명의 팬들이 자신의 지휘 아래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는 데 큰 희열을 느꼈다. 김 단장은 "작년 kt 유니폼을 입고 첫 광주 원정을 떠났을 때다. 너무 긴장이 돼 많은 양은 아니지만 술을 한잔 마시고 단상에 올랐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KIA 시절에 비교하면 kt 단장으로서는 힘든 부분이 많다. 신생팀이기에 팬 수도 아직은 부족하고 kt만의 응원 문화 정착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김 단장은 그래도 자신감이 넘친다. 김 단장은 "수원 홈에서만큼은 다른 어떤 팀과 비교해도 우리 응원이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수원팬들께서 야구장도 많이 찾아주시고, 정말 열성적으로 응원해주신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 단장도 열심이다. 매 경기를 앞두고 SNS를 통해 치어리더들과 함께 경기장에 와달라는 홍보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그를 시기하는 사람들은 "KIA 시절에는 안그러더니, 이제는 애가 타나보다", "그렇게 오래하고 언제까지 단장을 하려고 하느냐"라며 비꼬기도 한다. 김 단장은 "어떤 시선에도 개의치 않는다. 단 한 분의 팬이라도 더 경기장에 오실 수 있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이 응원을 주도하며 팬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바로 "긍정적으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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