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SK 김광현과 롯데 린드블럼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1회 롯데 손아섭에게 큼지막한 타구를 허용한 김광현이 이닝을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5.18
올시즌 종료 후 FA 시장 최대어는 SK 와이번스 김광현이다.
김광현은 자타공인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다. 2007년 입단 후 수많은 일을 겪은 김광현은 올시즌이 끝나면 풀타임 9시즌을 채워 비로소 자유로운 몸이 된다. 김광현의 선택은 크게 세 가지다. SK 잔류 혹은 이적, 해외 진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올시즌 들어 김광현은 자신의 시즌 종료 후 거취와 관련해 이야기한 것이 없다. 일부에선 오랜 꿈인 메이저리그 진출을 다시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이와 관련해 김광현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물론 올해도 김광현이 등판하는 날에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모여든다. 그들은 올해 김광현의 신분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를 두드렸던 2년전과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물론 해외 진출이 아니라면 SK 잔류가 유력한 시나리오다.
김광현이 어떤 결론을 내리든 지금은 시즌에 집중해야 할 때다. 김광현은 최상의 결과를 내놓고 시즌 후 고민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광현은 올초 전지훈련서 투구이닝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바 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중요하게 평가하는 이닝 소화능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승수나 평균자책점이 아닌 이닝에 대해 욕심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광현의 실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평가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지금은 건강 상태와 이닝을 길게 끌고가는 능력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김광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김광현은 2014년부터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부상 때문에 등판이 불규칙했던 2011~2012년, 2013년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그만큼 팔꿈치와 어깨가 건강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올해 김광현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프지만 않다면 최고의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김광현이다. 벌써 한낮 기온이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여름 들어서도 철저한 체력관리를 통해 로테이션을 지켜간다면 3시즌 연속 170이닝 투구를 기대할 수 있다.
투구이닝은 퀄리티스타트를 '밥먹듯' 해야 보장되는 것이다. 김광현은 18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시즌 6승에는 실패했지만 6⅔이닝을 6안타 3실점(2자책점)으로 막아내며 8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이어갔다. 이날 현재 다승 공동 6위, 평균자책점 5위이고 퀄리티스타트는 단연 선두다. 김광현이 이처럼 오랫동안 안정된 투구를 이어간 것은 17승을 따낸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김광현은 그해 8월 1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9월 19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10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행진을 벌였다.
그러나 구위는 몰라도 전체적인 모습은 올해가 한층 '안정적(consistent)'이라는 평가다. 투구폼이 부드러워졌고 타자와의 승부에서도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다이내믹한 투구폼으로 힘으로 윽박지르려했던 스타일에서 많이 벗어난 모습이다. 베테랑의 풍모다. 구종의 다양화에 성공한 것이 이같은 성장의 원동력이다.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투피치에서 탈피했다.
체인지업 구사 비율이 부쩍 높아졌다. 한 경기서 보통 10개 이상은 구사하고 있다. 이미 몇 년전부터 체인지업을 던지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지만 실전서는 자신감을 갖지 못했다. 올시즌 비로서 자신의 구종으로 만들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고 있다. 이날 롯데를 상대로 던진 119개의 공 가운데 직구가 49개, 슬라이더 49개, 커브 8개, 체인지업 13개였다. 체인지업의 생명은 직구처럼 날아들다 타자 앞에서 떨어지는 궤적의 변화다. 이미 공이 떠날 때 손가락의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이 부분에서 김광현이 자신감을 가진 듯하다. 건강한 몸과 구종의 다양화, 이것이 김광현을 여유롭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