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 잡힌다'는 말이 있다. '이용해먹기 쉬운 어리숙한 사람'을 일컫을 때 많이 쓰는데, 바둑용어에서 나온 말이다. 야구판에서는 자주 지는 약팀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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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t 위즈와 올해 한화 이글스의 5월은 비슷하다. kt는 신생팀으로 전력안정화가 덜 돼 매경기 힘겨운 시간들을 보냈다. 그때나 지금이나 초유의 시즌 100패 이야기가 나온 것도 똑같고, 이에 대해 '100패보다는 44승은 거둘 수 있을까'라는 얘기도 동일하다. 지난해 6위, 정우람, 심수창, 로저스, 로사리오 등 거액을 투자한 전력보강. 올해는 가을야구를 넘어 우승권을 노릴 수도 있다던 한화의 추락은 충격 그 이상이다. 이제 한화는 9개 구단의 손쉬운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있다.
일단 약팀으로 낙인찍히면 괴로운 사이클에 들어가게 된다. 코칭스태프는 보름이나 한달 정도의 스케줄을 염두에 두고 선발로테이션 등 마운드 운용계획을 짠다. 약팀이나 강팀이나 이기면 1승인 것은 마찬가지다. 약팀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팀에 1패를 당하면 데미지는 더 크다. 이 때문에 9개팀은 한화를 만나면 경기를 쉽게 내려놓지 않는다. 때마침 한화는 선발이 빨리 무너지고 불펜투수들을 쏟아붓는 경기운영을 한다. 9개팀은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한화의 전력을 소진시킨다. 설혹 3연전 중 오늘 지더라도 내일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경기가 가능하다. 한화 입장에선 3,4점차 리드를 하게 되면 상대 의지가 꺾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경기 후반에도 설렁설렁할 수 없다. 뛸만한 선수가 부족한 상황이니 체력부담은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당연한 현상이다. 암흑기를 거치지 않은 팀은 없다. 약팀을 상대하는 다른 팀들의 매몰찬 태도를 익히 봐온 상태다.
한화는 전력을 추스리면서 주위 시선도 극복해내야 한다. 18일 현재 여전히 9승(28패)에 머물러 있는 한화. 싸움은 더욱 힘겨워 질 수밖에 없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