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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딸 위해' 손주인을 일깨운 가족의 힘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5-18 10:19


LG트윈스와 kt위즈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1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3회초 1사 LG 손주인이 2루타를 친 후 달려나가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5.17/

지난달 29일 1군 콜업. 그리고 14경기 출전해 40타수 20안타 타율 5할. 수비만 잘해줘도 '땡큐'라고 할 수 있는데 미친 듯이 방망이까지 돌려주니 LG 트윈스 팬들은 더 바랄 게 없다. LG 손주인은 이제 '새로운 타격 기계'라는 영예로운 별칭까지 얻었다.

손주인의 5월이 뜨겁다. 공포의 9번타자로 군림하고 있다. 17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3타수 1안타, 2루타 1개를 추가했다. 최근 7경기 15안타를 몰아쳤다. 타율이 5할이다. 타율만 높은 게 아니다. 장타율은 무려 7할5푼이다. 홈런은 없지만, 2루타와 3루타 장타를 뻥뻥 때려내고 있다. 물론, 원래 잘했던 2루 수비는 여전히 좋다.

손주인이 9번 타순에서 무섭게 때려주자 LG 타선의 짜임새가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LG는 최근 베테랑 박용택이 1번 타순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손주인이 9번 타순에서 출루를 해주면, 해결사 능력이 있는 박용택 타순에서 찬스가 이어진다. 박용택이 최근 7경기 6개의 타점을 쓸어담을 수 있었던 이유다. 또, 박용택이 타점을 올리는 동시에 출루를 하면 중심타선으로 더 좋은 찬스가 이어져 LG 경기가 술술 풀릴 수 있다.

영광 전 좌절도 있었다. 손주인은 시범경기에서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개막 엔트리에서 빠졌다. 후배 정주현에게 주전 2루수 자리를 내줬다. "엔트리 합류 여부와 관계 없이 2군에서 열심히 준비했다"고 했지만, 사실 마음 고생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 33세로 적지 않은 나이에 '이대로 밀려 내 야구가 끝나는 것인가'라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마음을 다잡게 해준 사람이 있으니 아내 김지현(32)씨와 지난해 태어난 천사같은 딸 다은양. 손주인은 "가족만 생각하고 운동했다. 기회가 오면 꼭 잡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최근 타격 상승세 비결에 대해서는 "한 타석, 한 타석 열심히 배트를 휘두르니 공이 와서 맞아주는 것 같다"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아픔을 맛봤기에, 방심은 없다. 자신과 자리를 맞바꿔 2군에 갔던 정주현이 다시 1군 엔트리에 합류했다. 손주인은 "주전 여부 관계 없이 팀이 강해질 수 있도록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손주인은 내달 6일 다은양의 돌잔치를 열 예정이다. 지금처럼만 야구를 하면 최고로 멋있는 아빠의 모습을 많은 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듯 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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