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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176경기 만에 100승 고지를 밟았다. 2012년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빠른 최소 경기 100승이다. 이 부문 기록은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이 갖고 있다. 2006년 169경기 만에 100승을 달성했다. 김 감독은 11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7대3으로 승리한 뒤 "헌신적인 코치진과 좋은 선수들을 만나 이런 결과를 얻었다. 좀 더 강한 팀을 만들겠다"며 "올 시즌도 좀 더 욕심을 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우승이 없었다. 우승에 도전할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늘 막판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 '한'을 김태형 감독이 풀어줬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보인 과감한 결단이 넥센, NC, 삼성을 줄줄이 꺾을 수 있던 원동력 중 하나였다. 김 감독은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이현승에게 3이닝 세이브를 맡겼다. 큰 무대에서도 번트 작전이 아닌 '알아서 때리라'는 주문으로 빅이닝을 곧잘 만들었다. 초보 감독이 보인 과감한 배짱. 선수들도 매 경기 놀랍다고 했다.
김 감독은 부임 직후 "과감히, 공격적으로 하라"는 말을 선수단에게 자주 했다. 코치 때부터 갖고 있던 야구 지론과 대원칙. 결과를 떠나 늘 과정을 중시했다. 그는 "투수와 타자 모두 모습이 중요하다. '기'가 느껴지느냐 안 느껴지느냐가 승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타자는 확신을 갖고 방망이를 돌려야 한다. 투수도 공을 밀어넣는 게 아닌 전력 투구로 세게 던져야 한다. 그 모습만 나오고 있다면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결과가 나빠도 자기 스윙을 했다면, 자기 공을 던졌다면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태형 감독이 만들 더 강한 팀
100승을 하는 과정에서 두산 선수들은 꽤나 적극적으로 변했다. 사령탑의 의중을 파악했고, 타석에서 머뭇거리는 선수도 점점 줄었다. 따라서 올 시즌 초반 "두산이 더 세졌다"는 평가가 상대 팀에서 나왔다. 여전히 불펜 쪽에 약점이 있지만 야수들은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외국인 타자 없이도 경기를 충분히 풀어나갈 줄 알게 됐다.
다만 김 감독은 아직 만족하지 않는다. 11일까지 21승1무10패로 2위 NC(18승12패)에 2.5경기 차 앞선 1위이지만, "더 과감히, 더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100승을 달성한 뒤에도 "선수들이 연패 기간 힘들었을텐데, 놀라운 집중력으로 4연패를 끊었다. 또 분위기를 이어가 연승을 만들었다"면서 "충분히 잘 하고 있지만 몇몇 선수들은 더 자신 있게 했으면 한다. 더 적극적으로"라고 했다.
마운드 쪽은 6월 중순 이후 제대로 세팅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승수, 성영훈 등 부상 당한 오른손 투수의 1군 합류를 내다보고 있고 함덕주, 김강률도 그 시기 완벽한 페이스로 오라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감독은 "여전히 불펜 쪽은 정재훈, 이현승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일단 지금은 버텨야 하는 시기"라며 "6월 중순까진 앞서 겪은 4연패 같은 연패가 또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한 여름 순위 싸움을 위해 불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