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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완 키웠던 황병일 코치의 추억, 그리고 문상철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5-12 09:39


◇2013 시즌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 시절 상대 선수로 만난 나지완(왼쪽0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황병일 코치. 스포츠조선DB

"2군에서는 성적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해 뭘 해야할까 고민해야 하는 곳이다."

황병일 kt 위즈 수석코치는 광주에만 오면 추억에 잠길만 하다. 지금도 감독으로 모시고 있는 조범현 감독과 함께 2009년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에는 수석코치가 아닌 타격코치였는데, KIA의 2009 시즌에는 김상현(3할1푼5리 36홈런 127타점) 최희섭(3할8리 33홈런 100타점) 나지완(2할6푼3리 23홈런 73타점) 안치홍(2할3푼5리 14홈런 38타점) 등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한 선수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왔었다. 이 때를 기준으로 황 코치는 최고 타격 전문가로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김상현은 현재 kt의 4번타자로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모처럼만에 광주에 오니 나지완이 KIA의 4번타자로 활약하고 있었다. 황 코치는 나지완의 훈련 장면을 보며 "2008년 2군에서 만났던 때가 떠오른다"고 했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2008년 KIA에 입단한 나지완은 타이거즈 최초 신인 개막전 4번타자 타이틀을 따낸 유망주였다. 하지만 1군의 벽에 부딪히며 2군에 내려갔다. 당시 2군 타격코치가 황 코치였다. 황 코치는 "야구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타자가 1군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변화구 대처를 해야한다. 나지완은 당시 웬만한 직구는 때려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1군 투수들의 변화구에 가로막혔었다. 그래서 2군 경기는 성적 신경쓰지 말고 변화구 타이밍만 잡는 데 애쓰라는 주문을 했다. 대졸 신인 나지완은 어떻게라도 해보겠다,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걸 잘 받아들였다. 그 때 나는 나지완이 1군 무대에서도 이름을 날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나지완은 이듬해 23홈런 뿐 아니라, 한국시리즈 7차전 극적인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2008년의 나지완과 2016년 현재 교차되는 선수가 있다. kt 거포 유망주 문상철. 지난해 1군 첫 시즌 타율 1할6푼3리 2홈런으로 쓴맛을 봤다. 하지만 올해 시범경기에서 홈런 4개를 터뜨리며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1군에만 올라오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변화구 대처가 문제다. 문상철의 힘은 야구계에 있는 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엄청나다. 손목 힘이 타고났다. 경기 전 연습배팅 하는 모습을 보면 탄성이 나온다. 타구 스피드, 비거리 등이 차원이 다르다. 문상철의 연습 배팅을 보고 기대를 품지 않을 지도자는 없다. 때리면 장타가 확실하기 때문. 황 코치는 문상철에 대해 "나지완을 처음 봤을 때와 똑같다. 문상철도 웬만한 직구는 다 넘길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차이는 변화구에 대한 '관심'이다. 황 코치는 "1군에서 안돼 2군으로 내린다. 거기서 쉬운 공들을 뻥뻥 치고 성적이 좋아 다시 1군에 올라온다. 이렇게 되면 또 1군에서 헤메는 게 보통"이라고 말하며 "2군에서 변화구에 대한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직구는 버리고 변화구를 골라내고, 방망이에 맞히는 연습을 해야 1군에서 자기도 모르게 변화구 대처가 된다. 1군 경기에서 문상철이 승부처 결정적인 변화구 1개를 골라낸다고 치자. 상대 배터리의 머리가 얼마나 복잡해지겠나. 그 때 실투가 들어온다. 그러면 넘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상철이 나지완처럼 훗날 황 코치를 웃음짓게 할 날이 올 수 있을까. 그 가능성과 잠재력은 충분하다.


광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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