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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은은 왜 은퇴를 고집했을까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5-10 19:43


두산 베어스 노경은이 10일 갑작스러운 은퇴를 선언했다. 스포츠조선 DB.

4월21일 수원 kt 위즈전이 끝난 직후였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과 투수 코치들이 장고를 거듭했다. 오른손 베테랑 노경은을 2군으로 내릴 것이냐 마느냐. 결정이 쉽지 않았다.

노경은은 부진했다. 5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7일 잠실 NC 다이노스전 2⅔이닝 9안타 6실점, 13일 대전 한화이글스전 4이닝 10안 2실점, 수원 kt전 3이닝 8안타 4실점이다. 그는 마음먹은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자 글러브를 머리 뒤로 넘기며 와인드업 하는 등 변화를 줬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명확히 구분됐다. 매 경기 많은 안타를 맞은 이유다.

결국 코칭스태프는 더 이상 선발로 쓸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이 때가 21일 kt전이 끝난 뒤다. 그런데 보직을 불펜 투수로 바꾸는 과정에서 이견이 생겼다. 바로 불펜 대기를 시킬지, 2군에서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줘야하는지 말이다. 당시 김 감독은 "일단 2군에 내리기로 결정했다. 올 시즌 해줘야 할 역할이 분명한 선수라는 건 변함없다"며 "1군으로 돌아오면 불펜에서 잘 던져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2군행 통보를 받자 노경은이 은퇴 결심을 했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없지만, 꽤 많은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낀 듯 하다. 또 자신에 대해 적잖이 실망도 했을 테다. 선수라면 당연히 한 두 차례 더 기회를 원했을 수도 있다.

최근 들어 야구계에는 노경은이 2군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아픈 곳이 없는 투수가 퓨처스리그에 등판한 이력도 없었다. 결국 구단이 설득을 시작했다. 이대로 유니폼을 벗기엔 아까운 인재였다. 하지만 선수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새 삶을 살고 싶다며 미련없이 그라운드를 떠나겠다고 했다. 김 감독도 10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 앞서 "야구 말고 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며 "열심히 준비했는데, 답답했는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노경은은 올 시즌을 누구보다 의욕적으로 준비했다. 지난 1월 일본 미야자키에서 "내 사전에 '열심히'란 말은 없다"고 했다. 그는 "무조건 잘 해야 한다. 시범 경기부터 목숨 걸고 던져야 한다"며 "감독님이 믿고 기회를 주시는데 잘 해야 한다. 무조건 나갈 때마다 결과물을 내야 한다"고 했다. 또 "예전처럼 151~152㎞ 직구가 전광판에 찍힐 지는 모르겠지만 140㎞ 중반대의 평균 시속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지금 좋은 밸런스를 끝까지 유지해 끝이 좋은 공을 던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한 번 꼬인 야구 인생이 좀처럼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는다. 시즌이 끝나고 마무리 캠프까지 합류해 체계적으로 선발 수업을 받았지만 투구 밸런스가 안정적이지 못하다. 2012년 완봉승만 2차례로 이 부문 1위였고 12승6패 2.54의 평균자책점을 찍은 리그 최정상급 오른손 투수의 갑작스러운 몰락. 오프 시즌 최선을 다해 시즌을 준비했지만 정작 성적이 나지 않으면서 스스로 유니폼을 벗겠다고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노경은. 스포츠조선 DB.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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