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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1일 수원 kt 위즈전이 끝난 직후였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과 투수 코치들이 장고를 거듭했다. 오른손 베테랑 노경은을 2군으로 내릴 것이냐 마느냐. 결정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2군행 통보를 받자 노경은이 은퇴 결심을 했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없지만, 꽤 많은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낀 듯 하다. 또 자신에 대해 적잖이 실망도 했을 테다. 선수라면 당연히 한 두 차례 더 기회를 원했을 수도 있다.
최근 들어 야구계에는 노경은이 2군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아픈 곳이 없는 투수가 퓨처스리그에 등판한 이력도 없었다. 결국 구단이 설득을 시작했다. 이대로 유니폼을 벗기엔 아까운 인재였다. 하지만 선수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새 삶을 살고 싶다며 미련없이 그라운드를 떠나겠다고 했다. 김 감독도 10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 앞서 "야구 말고 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며 "열심히 준비했는데, 답답했는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번 꼬인 야구 인생이 좀처럼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는다. 시즌이 끝나고 마무리 캠프까지 합류해 체계적으로 선발 수업을 받았지만 투구 밸런스가 안정적이지 못하다. 2012년 완봉승만 2차례로 이 부문 1위였고 12승6패 2.54의 평균자책점을 찍은 리그 최정상급 오른손 투수의 갑작스러운 몰락. 오프 시즌 최선을 다해 시즌을 준비했지만 정작 성적이 나지 않으면서 스스로 유니폼을 벗겠다고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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