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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KIA 감독(47)과 넥센 염경엽 감독(47)은 광주 충장중-광주 제일고 동기동창이다. 3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같이 성장하고, 울고 웃은 죽마고우다. 둘은 서로에 대해 "정말 친한 친구" 라고 말한다.
김 감독은 "아니, 2승이나 가져가 놓고 이제는 사인볼까지 요구를 해?"라며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김 감독은 "아니 그 친구 염치 좀 있으라고 해"라며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는 이내 볼 하나 하나에 정성껏 사인을 하기 시작했다. 사인볼 요구가 많을 경우 1군 매니저 등 구단 프런트 직원이 대리사인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날 김 감독은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비슷한 시간 염 감독은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친구(김기태 감독) 위로 좀 많이 해 주세요"라며 웃었다. 승부는 승부지만 우정은 우정이다. 그라운드 안에서야 있는 힘을 다해 승리를 위해 발버둥치지만 이내 친구 사이로 돌아가는 것은 변함없다. 이날 역전, 동점, 재역전을 거듭하다 넥센이 7대6으로 이겼다. KIA로선 뼈아프고, 넥센은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승부였다.
두 감독의 지도 스타일은 다소 차이가 있다. 김기태 감독이 선수들과 깊이 소통하며 '형님 카리스마'를 뿜어낸다면 염 감독은 냉정하고 차분하게 팀을 이끈다. 공통점이 있다면 둘다 선이 굵은 야구를 한다는 점이다. 충분한 기회를 통해 선수의 성장을 기다린다. 고척돔=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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