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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 김기태-염경엽의 고척돔 맞대결, 승부는 승부, 우정은 우정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6-05-09 06:55


◇넥센 염경엽 감독.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4.10.

김기태 KIA 감독(47)과 넥센 염경엽 감독(47)은 광주 충장중-광주 제일고 동기동창이다. 3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같이 성장하고, 울고 웃은 죽마고우다. 둘은 서로에 대해 "정말 친한 친구" 라고 말한다.

넥센은 올시즌 내야수 서동욱(33)을 KIA로 조건없이 보냈다. 현금 트레이드도 아니고, 다른 선수를 원한 것도 아니었다. 다들 의아해 했지만 넥센 구단은 젊은 선수들이 많고 내야 멤버가 많아 서동욱이 뛸 자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승적인 차원, 선수의 야구인생을 위해 트레이드를 해줬다. 선수의 장래를 감안한 결정이었지만 염 감독과 김 감독의 특별한 우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서동욱은 KIA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8일 고척돔 경기에 앞서 원정팀 김기태 감독실로 KIA 프런트 직원이 야구볼 6개를 들고 왔다. "감독님, 염경엽 감독님이 사인볼 부탁을 하시는데요?"

김 감독은 "아니, 2승이나 가져가 놓고 이제는 사인볼까지 요구를 해?"라며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김 감독은 "아니 그 친구 염치 좀 있으라고 해"라며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는 이내 볼 하나 하나에 정성껏 사인을 하기 시작했다. 사인볼 요구가 많을 경우 1군 매니저 등 구단 프런트 직원이 대리사인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날 김 감독은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비슷한 시간 염 감독은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친구(김기태 감독) 위로 좀 많이 해 주세요"라며 웃었다. 승부는 승부지만 우정은 우정이다. 그라운드 안에서야 있는 힘을 다해 승리를 위해 발버둥치지만 이내 친구 사이로 돌아가는 것은 변함없다. 이날 역전, 동점, 재역전을 거듭하다 넥센이 7대6으로 이겼다. KIA로선 뼈아프고, 넥센은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승부였다.

두 감독의 지도 스타일은 다소 차이가 있다. 김기태 감독이 선수들과 깊이 소통하며 '형님 카리스마'를 뿜어낸다면 염 감독은 냉정하고 차분하게 팀을 이끈다. 공통점이 있다면 둘다 선이 굵은 야구를 한다는 점이다. 충분한 기회를 통해 선수의 성장을 기다린다. 고척돔=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2016 프로야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경기전 KIA 김기태 감독이 지크와 다정하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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