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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치였던 에반스의 반격, 이제 시작되는 것일까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05-09 06:54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프로야구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6회말 두산 에반스가 좌중월 3점 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5.08.

외국인 선수가 시즌 시작 후 한 달 이상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퇴출이 거론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올시즌에도 몇몇 외국인 선수는 5월 들어서도 부진을 떨치지 못하고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부상을 포함해 8일 현재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외국인 선수는 삼성 라이온즈 투수 벨레스터, SK 와이번스 내야수 고메즈, kt 위즈 투수 피노 등 3명이다.

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에반스도 최근까지 1군서 볼 수 없었던 선수다. 에반스는 지난달 23일 한화전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뒤 이튿날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올해 처음 KBO리그에 들어선 에반스는 18경기에서 타율 1할6푼4리, 1홈런, 5타점에 그쳤다. 적응을 더 해야 한다는 두산 벤치의 판단에 따라 그동안 2군 경기에 출전해 컨디션을 점검했다. 최근 세 차례 2군 경기에서 타율 3할6푼4리(11타수 4안타)에 4타점을 기록했다.

2군 활약상이 괜찮았다. 지난 6일 오재일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에반스가 1군 기회를 얻었다. 당시 두산 김태형 감독은 "에반스는 대타, 대수비 요원이 아니라 주전으로 써야 하기 때문에 아예 충분히 기회를 주기로 했다"면서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전체 전력을 다시 구상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밝혔다.

에반스는 그날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대타로 나가 1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7일에는 선발로 출전했지만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타율이 1할5푼2리까지 떨어졌다. 8일 롯데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은 "에반스는 좀더 지켜볼 것이다.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 답답할 것이다. 타격폼이 특이하고 어려운데, 지금은 리듬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타석에서 급한 모습을 보인다"며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 감독의 이같은 두 차례 발언은 부진이 계속된다면 결국 '퇴출'을 검토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에반스로서도 코너에 몰린 분위기를 감지할 수밖에 없었을 터. 이날 경기에서 김 감독은 에반스를 7번 1루수로 선발출전시키며 다시 기회를 줬다. 최근 2경기서 무안타로 부진을 보였기 때문에 좀더 타격을 관찰해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에반스는 2회말 첫 타석에서 안타를 뽑아내며 복귀 후 첫 히트를 기록했다. 선두타자로 나가 롯데 선발 박세웅의 125㎞짜리 변화구를 받아쳐 좌익수쪽으로 흐르는 땅볼 안타를 날렸다. 3회말에는 2사후 스트레이트 볼넷을 골라 나갔다. 김 감독이 언급했던 '급한 모습'은 없었다. 그러나 4회말 2사 만루서는 박세웅의 2구째를 공략하다 2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실망감을 안겼다.

5-8로 뒤진 6회말. 다시 한 번 기회가 왔다. 1사후 양의지와 오재원의 연속안타로 1,2루 찬스. 에반스는 롯데의 바뀐 오른손 투수 이정민의 초구를 공략해 좌중월 3점홈런을 터뜨렸다. 130㎞ 바깥쪽 슬라이더를 잡아당긴 것이 크게 포물선을 그린 뒤 펜스를 살짝 넘겼다. 지난달 6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32일만에 터진 시즌 2호 홈런.

결국 에반스는 6타석 4타수 2안타 2볼넷으로 경기를 마쳤다. 물론 이날 경기만으로 선구안, 타격감이 나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필요할 때 한 방 터뜨릴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당분간 선발 기회는 계속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이날 난타전 끝에 11대17로 패하며 4연패에 빠졌다. 에반스의 한 방이 더욱 필요할 때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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