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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난자리' 오재일 큰 공백, '든자리' 에반스는 답답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5-08 09:46


20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16 프로야구 두산과 kt의 경기가 열렸다. 4회초 2사 1,2루서 두산 오재일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4.20.

공교롭게 4번 타자가 엔트리에서 말소되자 팀 방망이가 차갑게 식었다. 5월5일 어린이날부터 7일 잠실 롯데전까지 21이닝 무득점이다. 그렇다고 뾰족한 묘수가 있는 건 아니다. 일단 지금은 버텨야 한다.

선두 두산 베어스가 2위 SK 와이번스, 3위 NC 다이노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7일까지 팀이 3연패에 빠져있는 사이, SK는 꾸준한 상승세, NC는 파죽의 7연승이다. 승차도 SK와 1.5게임, NC와도 어느덧 2게임이다.

두산은 4월 한 달간 부상 선수가 나오지 않으며 나홀로 질주를 했다. 탄탄한 선발진, 오현택-정재훈-이현승이 버티고 있는 불펜에다 야수들도 매 경기 맡은 임무를 해내며 무섭게 승수를 쌓아갔다. 김태형 감독도 "지금의 순위는 예상치 못한 것이다. 다른 팀과 달리 아픈 선수가 나오지 않아 선두에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오재일이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자 3연패다. 아무래도 상대가 느끼는 부담이 덜 하다. 그는 올 시즌 23경기에서 타율 0.392(74타수 29안타) 5홈런 17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오른손, 왼손 가리지 않고 장타와 적시타를 잇따라 폭발했다. '감'도 좋았다. 일부 야수들이 체력적인 문제와 더불어 "밸런스가 좋지 않다"고 고충을 호소하는 사이, 오재일은 "아직까지 괜찮다"고 했다.

그러나 오른 옆구리 근육이 발목을 잡았다. 하루 이틀 쉬었다가도 경기에 나가면 통증을 느꼈다. 5일 결장, 6일에는 아예 엔트리 말소다. 그리고 두산은 오재일 없이 치른 5일 '잠실 더비'에서 19안타를 때리고도 7대8로 패했다. 6~7일 롯데에는 2경기 연속 영봉패다. 다른 왼손 거포 김재환이 충분히 잘 해주고 있지만 팀 입장에서는 오재일-김재환이 함께 뛰었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 오재일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당장 같은 포지션의 1루수에게 시선이 쏠린다. 문제는 그가 외국인 타자 닉 에반스라는 점. 2군을 다녀왔지만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지난해 트리플A에서 선보였다던 타점 생산 능력은 좀처럼 발휘하지 못한다. 6일 대타로 나와 1타수 무안타, 7일 7번-1루수로 선발 출전해서도 4타수 무안타다.

에반스는 테이크백이 거의 없는 타자다. 필연적으로 장타를 때릴 수 없는 폼이지만, 변화구 대처가 용이하다. 구단이 애초 주목한 점도 컨택트 능력이다. 하지만 두산 유니폼을 입고는 상체가 앞으로 쏠린다. 보여줘야 한다는 의욕 때문인지 밸런스가 무너졌다. 김태형 감독은 이 점을 고치라고 2군에 보냈지만 아직까지 효과는 없다. 140㎞ 초중반대 직구에 방망이가 밀리고 변화구에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건 심각하다.

그럼에도 그를 마냥 벤치에 앉혀둘 수만은 없다. 적지 않은 몸값, 또 오재일이 없는 동안 누군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 김 감독도 "대수비나 대주자로 활용할 선수는 아니다. 일단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여기에는 언제가는 터질 것이라는 간절한 기대가 깔려있다. 물론 그 기회를 에반스가 잡지 못한다면, 답은 당연히 퇴출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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