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후크는 어김없이 나왔다. 한화 이글스 우완 선발 송은범이 5이닝에 아웃카운트 2개를 남긴 상황에서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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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투구수가 많았다. 송은범은 이날 4⅓이닝 동안 84개의 공을 던졌다. 3안타 2볼넷 3삼진으로 1실점했다. 경기 초반에는 구위와 제구력이 안정돼 있었다. 공격적인 승부로 투구수를 아꼈다. 1회에 송은범은 12개의 공만 던져 세 타자를 범타처리했다. 2회 역시 투구수 12개로 삼자범퇴. 그런데 3회 이후 투구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1안타 무실점으로 3회를 끝냈지만, 공을 17개 던졌다. 그래도 여기까지 총 투구수가 41개 밖에 되지 않았다. 충분히 6회 이상 투구가 예상됐다.
하지만 4회가 치명적이었다. 볼넷 2개를 포함해 안타(2루타) 1개와 몸 맞는 볼을 허용하며 1실점했다. 이 과정에서 4회에만 38개의 공을 던지고 말았다. 3회까지 던진 총 투구수에 버금가는 숫자다. 결국 4회의 갑작스러운 제구력 난조로 인해 5회를 넘길 여력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3-1로 근소하게 앞선 5회말 1사 1루. SK 타선은 2번 박재상으로 이어진다. 박재상은 앞선 4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송은범에게 우전 2루타를 날린 장본인이다. 그 이후로는 3번 최 정과 4번 정의윤이 줄줄이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한화 김성근 감독은 '퀵후크' 카드를 뽑아들었다. 송은범의 제구력이 흔들리고 있었고, 투구수가 이미 84개에 달한 점. 게다가 이후 송은범에게 강점이 있는 SK 간판 타자들이 나온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듯 하다. 리드를 이어가기 위해 김 감독은 송은범을 내리고 좌완 베테랑 필승조 박정진을 올렸다.
이 작전은 성공했다. 박정진은 박재상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고, 동시에 타구를 잡은 이용규의 날카로운 송구로 1루에서 멀어졌다 돌아가던 이명기마저 아웃시키며 간단히 이닝을 마쳤기 때문. 송은범으로서는 아쉬울 법 하지만, 이번 퀵후크 작전은 결과적으로는 수긍할 만 하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