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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투가 일상된 한화, 144경기의 함정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6-05-01 08:17


올해 프로야구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44경기다. 긴 시즌을 경험한 감독들은 개막을 앞두고 이구동성으로 체력관리의 중요성과 장기레이스 대책을 내놨다. 한화도 한달 만에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최악의 4월 성적표를 받아든 김성근 한화 감독은 극단적인 방법에도 손을 대고 있다. 불펜 3연투는 메이저리그에서는 거의 볼수 없고, 일본프로야구도 특수한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김성근 한화 감독. 최근 들어 벤치의 조바심이 표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4.24
한화는 30일 삼성에 패하기전까지 3연승을 내달렸다. 이 기간 한화는 보여주지 말아야할 것도 꺼냈다. 28일 KIA전부터 30일 삼성전까지 사흘 연속 등판한 투수들이 있다. 권혁 윤규진 박정진 이른바 '필승조 삼총사'가 나란히 매일 마운드에 올랐다. 정우람은 28일과 29일 이틀연속 등판했다. 좋아하는 투수들이 자주 마운드에 오르면 팬들 입장에선 즐거워야 하지만 한화 팬들은 걱정부터 앞선다.

사흘 연속 등판은 지난해 김성근 감독이 혹사논란이 일자 "그래도 3연투는 시키지 않았다"고 항변했던 그 3연투다(사실 김 감독의 발언 당시에도 권혁은 3연투를 한 적이 있었다). 한화의 처한 상황을 모르는 바 아니다. 팀안팎으로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3년간 500억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에도 강정호 박병호 유한준 손승락 밴헤켄을 줄줄이 내준 넥센을 마냥 부러워하는 처지가 됐다.

늘 덕아웃에서 굳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하며 볼펜으로 뭔가를 열심히 쓰던 김성근 감독이었지만 이제는 판정 하나하나에도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안타가 나오면 반색하고 실책이 나오면 금방 표정이 일그러진다. 야구선수들은 감정을 감추는데 익숙한 이들이다. 삼진을 당하고 들어오면 화가 머리끝까지 나지만 무심한듯 방망이를 들고 덕아웃에 앉는다. 다음 타석이 있고,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일희일비는 고수가 아닌 하수의 행동이라 여긴다.

한화의 2016년. 여기서 더 물러서면 끝장같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건 목숨을 두고 싸우는 진짜 전쟁 이야기다. 한화는 구단을 해체하지 않는 한 내년에도 리그 1군 무대에 그대로 남는다. 내년에도 야구를 해야 한다. 김성근 감독은 "오늘이 없으면 내일은 없다"고 말하지만 매번 내일은 떡하니 오늘이 됐다. 144경기는 상당히 길다. 선수들의 체력관리를 꼼꼼하게 해줘도 7월과 8월이면 에너지가 바닥날 판이다.

권혁 윤규진 박정진 정우람의 팔이 무쇠라면 좋겠지만 기계도 쉼없이 돌 순 없다. 중간계투는 실제 등판에 앞서 불펜에 쉼없이 몸을 푼다. 체력손실이 크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수십년간 야구선수로 생활해온 이들이다. 프로야구 선수는 야구인 엘리트 집단이다. 정상적이지 않은 것을 감내할 순 있지만 사령탑에 대한 존경은 기대하기 힘들다.

한화에도 잔인했던 4월이 지나고 5월이 왔다. 한화가 대반전을 통해 기적같은 가을야구를 하지말란 법은 없다. 가능성은 여전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그 확률은 5% 미만이다. 희망은 양날의 검이다. 30%의 확률, 10%의 확률, 1%의 확률도 희망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면 51%, 70%, 99%로 보인다. 특별한 기적이 내게만 일어나고, 최선을 다하면 늘 하늘이 도울 것 같고.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희망이야말로 세상을 지탱하는 잔인한 요소중 하나다.

5% 확률이라면 현명한 투자자는 투자금을 빼고, 빼어난 전략가는 승산없는 싸움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래도 포기할수 없는 것들이 꽤 많다. 프로야구도 그중 하나다. 20-0으로 지고 있어도 9회는 마쳐야 한다. 시작부터 엉망진창이어도 144경기를 완주해야 한다. 김성근 감독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극약처방을 언급했지만 3연승 뒤에는 더욱 조바심을 냈다. 극약은 소량만 처방이고, 대량은 그냥 사약이다. 안타깝기만 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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