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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주(KIA 타이거즈)가 팀을 살리고 있다. 고비 때마다 마운드에 올라 값진 투구를 하고 있다.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낸 건 1회부터다. 2사 후 민병헌, 오재일에게 연속해서 우전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양의지를 평범한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큰 산을 넘었다.
2회에는 실점을 했다. 안타와 볼넷, 희생 번트로 맞은 1사 2,3루에서 김재호에게 우익수 플라이를 허용했다. 영점이 갑자기 흔들렸다.
87년생인 한기주는 이날이 생일이다. 특별한 날,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또 투구 패턴은 서재응을 보는 듯 했다. 완급 조절을 하며 클리닝 타임 이후까지 마운드에 올랐다. 1회 1번 정수빈과 5번 양의지를 상대하는 장면이 이를 증명한다. 그는 정수빈에게 변화구 6개-직구 1개를 던졌는데, 포심 패스트볼 스피드가 137㎞였다. 반면 양의지에게는 141㎞ 직구를 2개 뿌리면서 전력 투구했다.
돌이켜 보면 한기주는 이와 같은 노련한 피칭으로 위기때마다 팀을 구하고 있다. 시즌 첫 승, 첫 세이브, 첫 선발승을 거둘 때 모두 팀 사정은 좋지 않았다. 현재 KIA는 윤석민 임준혁 곽정철 심동섭 등이 1군 엔트리에 모두 빠져있다. 시즌 전만 해도 막강한 마운드로 주목받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럴 때마다 한기주가 롱릴리프, 임시 마무리, 또 선발로 등판하면서 3승을 쓸어 담았다. 기대 이상의 성과다.
팬들도 그의 활약이 반갑다. 한 시즌 내내 꾸준히 던져주길 기다린 건 벌써 6년이나 됐다. 한기주는 2009시즌이 끝난 뒤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2011년에는 마운드에 복귀해 2012년까지 뛰었지만 그 사이 오른쪽 손가락 인대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다. 또 2013년 투수에게 치명적인 오른쪽 어깨 회전근 부상으로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그가 2011년부터 작년까지 등판한 경기는 고작 39게임에 불과하다. 잦은 수술로 풀타임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예년과 같은 스피드는 없지만, 아프지 않고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1군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김기태 감독도 "한기주는 늘 부상이 가장 걱정이다. 아프지 않고 던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감독도 그것만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부상 선수가 돌아올 때까지는 선발로 계속 나갈 것이다. 부담갖지 않고 던졌으면 좋겠다"며 "생일을 자축하는 멋진 투구였다"고 했다.
한기주는 "팀이 어려울 때마다 선발 등판하게 돼 부담이 컸지만 결과가 좋아 기쁘다. 야수들이 공수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광주=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