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승부 바꾼 홈 충돌 판정 번복, 향후 과제와 전망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4-28 22:55


SK와 롯데의 2016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8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렸다. 9회말 무사 2, 3루 롯데 강동수의 좌익수 플라이 때 3루주자 김상호가 홈인하고 있다. 올시즌 홈충돌 방지규정에 따라 SK 포수 김민식이 주자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홈플레이트를 막지 않고 앞으로 나와 공을 받고 있다.
울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3.08/

포수가 홈을 막고 있어 판정이 아웃에서 세이프로 바뀌는 첫 사례가 나왔다. 악법도 법이다. 일단 정해진 규칙이니 선수가 주의를 해야하는 게 맞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해 보인다.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2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LG가 6-4로 앞서던 6회말 삼성 공격. 삼성이 무사 1, 3루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는 배영섭. 이 때 1루주자 이영욱이 2루 도루를 시도했다. 포수 정상호의 송구가 이영욱을 맞고 공이 흘러 세이프. 이 때 3루주자 이지영이 홈으로 돌진했다. LG 2루수 황목치승이 곧바로 홈에 던졌다. 포수 정상호가 포구해 이지영을 태그했다. 아웃 타이밍. 하지만 삼성 김재걸 3루 베이스 코치가 득달같이 홈쪽으로 달려가 항의를 했다. 이어 류중일 감독이 나와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포수 정상호가 공이 오기 전 홈을 미리 막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번 시즌부터 포수와 주자의 홈 충돌을 막기 위해 공이 오기 전 포수는 베이스를 비워줘야 한다는 규칙이 새로 생겼다. 포수가 홈을 막고 있다고 판정되면 무조건 세이프. 3루심이자 조장 최수원 심판이 비디오 판독을 했고, 아웃을 세이프로 번복했다. 정상호가 송구를 받기 전 왼발로 베이스를 막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지영이 이를 피해 슬라이딩을 했고, 베이스 터치를 하지도 못했지만 규칙상 무조건 세이프다.

승부처에서 삼성의 중요한 득점이 나왔다. 곧바로 LG 양상문 감독이 나와 항의했지만 소용 없었다. 삼성은 이 득점의 기세를 이어나가 6회 경기를 9-6으로 역전시켜버렸다. 이 판정 때문에 삼성이 이겼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 큰 영향을 끼친 건 확실하다.

일단 1차적으로는 정상호의 잘못이었다. 홈플레이트 한발 앞에 나와 공을 잡고 태그를 해도 충분히 여유있는 상황이었는데, 상대가 비디오 판독을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앞으로 모든 포수들이 주의를 해야할 사안이다. 습관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홈을 막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상황 자체가 매우 찜찜함을 남긴다. 확실한 아웃 타이밍이었다. 정상호도 이지영의 주로를 막기 위해 일부러 방해를 한 행동은 아니었다. 규칙으로 따지면 세이프 번복에 대해 할 말이 없지만, 야구의 본질을 흐트러뜨리는 판정 번복의 순간이었다.

또, 앞으로 이런 애매한 상황이 자주 발생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확실한 기준점이 없이, 심판의 재량으로 판정을 내려야 하기에 더욱 큰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