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주전서 다시 백업이지만...강한 지석훈, 강한 NC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4-19 23:17


LG와 NC의 2016 KBO 리그 주중 3연전 첫번째 경기가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6회초 2사 2루 NC 지석훈이 좌측담장을 넘어가는 2점홈런을 날리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4.19/

"지석훈이 실력이 없어서 백업이 아니다."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19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큰 결단을 내렸다. 하루 전 주전 2루수 박민우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시켰다. 팀 1번타자로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을 자랑하는 박민우. 그가 없으면 NC 공격의 활로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선수 미래를 위해 아픔을 감수해야 했다. 박민우는 지난 주중 삼성 라이온즈와의 3연전에서 잇따른 송구 실책으로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원래 송구가 약해 신인 시절부터 송구 트라우마가 있던 선수였다. 올시즌을 앞두고 더욱 특별히 수비 보강 훈련을 했는데, 초반부터 실책이 나오자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다는 후문. 따라서 지난 주말 롯데 자이언츠와의 3연전은 휴식을 취했다. 이어 아예 엔트리에서 빠졌다. 더 차분하고 편안하게 아픔을 극복하라는 의미다.

선수 미래를 생각해서는 좋은 결정이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절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박민우는 전력의 핵심이다. NC는 LG전 전까지 6승7패로 공동 7위에 머무르고 있었다. 우승 후보라는 평가에는 걸맞지 않는 다소 무기력한 모습들이 이어졌다. 야수 9인 중 1명이라지만, 핵심 병력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매우 크다.

김 감독이 이런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확실한 대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야 전천후 멀티 요원 지석훈이다. 지석훈은 15일 롯데전부터 박민우를 대신해 2루수로 출전했다. LG전도 마찬가지. 8번-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지석훈도 사실 이번 시즌 아픔이 없다면 거짓말인 선수다. 2003년 프로 데뷔 후 만년 백업 요원으로 야구를 하다 지난해 모창민의 부진을 틈타 NC의 주전 3루수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한 시즌만에 주전 확보 꿈이 날아갔다. NC가 오프시즌 96억원을 투입해 FA 3루수 박석민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워낙 수비력이 좋고, 방망이에 잘 맞히는 능력도 있어 1군에 머무를 수 있었지만 다시 백업이었다. 그래도 낙심하지 않고 언제 올 지 모르는 기회를 대비해 칼을 갈았다. 17일 롯데전에서 시즌 첫 홈런을 때려냈다. 19일 LG전에서는 팀이 3-1로 앞서던 6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롯데전은 마무리 손승락, LG전은 선발 헨리 소사 두 강속구 투수의 공을 제대로 받아쳤다. 2경기 연속 홈런으로 김 감독의 믿음에 확실히 보답했다. 2루 수비는 당연히 기본이었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석훈이가 실력이 없어서 백업 멤버로 있었던 게 아니다. 팀을 위해 항상 희생하는 이런 선수들이 있다. 이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줘야한다"고 말하며 힘을 실어줬다.

김 감독은 개막 엔트리에 포함시켜 대주자로 요긴하게 활용하던 대졸 신인 이재율을 15일 2군으로 보냈다. 1군 경기 맛을 충분히 봤으니, 2군에서 타석도 많이 소화하며 더 완전체로 거듭나라는 의미. 동시에 김준완이라는 신예 외야수를 1군에 등록시키며 또 다른 동기부여를 하는 측면도 있었다. 이렇게 언제든 1군에서 뛸 수 있는 선수 발굴에 힘쓰고 있는 NC다. 주전 선수가 갑자기 빠져도, 잘 준비된 백업 멤버의 활약으로 공백의 티가 나지 않는 팀이 진정한 강팀이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