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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의 선수 불신, 한화를 수렁으로 몰고갔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04-19 12:36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개막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한화 김성근 감독.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4.02

잘 풀어가면 좋고 흔들리면 이닝에 상관없이 바로 교체 사인이 나온다. 시즌 초반 수렁에 빠진 한화 이글스에는 '선발 투수'가 없다. 경기 전체를 끌어가는 책임이 주어진 게 아니라, 단순히 가장 먼저 등판하는 투수가 '선발'이다. 선발 투수가 중심을 잡고 가야하는데, 한화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몇몇 선발 요원들의 부상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김성근 감독의 투수에 대한 신뢰 부족에서 기인한다.

지난 17일 LG 트윈스전까지 2승11패, 승률 1할5푼4리. 13경기에서 103실점, 경기당 평균 7.9실점을 기록했다. 팀 평균자책점이 7.00이다. 타선도 아쉬움이 컸지만, 마운드 붕괴가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특히 비상식적인 선발진 운용이 문제다.

지난 13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딱 1번 나왔다. 지난 10일 알렉스 마에스트리가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6이닝 1실점을 기록한 게 유일하다. 마에스트리 외에 5이닝을 넘긴 경기가 한번뿐이다. 지난 7일 송은범이 넥센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5실점하고 마운드를 넘겼다.

나머지 11경기 중 선발 투수가 4이닝을 넘기지 못한 게 9경기, 3회 이전에 교체된 경우가 3게임이다. 김재영은 지난 2일 LG전에 나와 1⅔이닝 3실점, 6일 히어로즈전에 나서 1⅔이닝 1실점하고 강판됐다. 또 김용주는 지난 14일 두산 베어스전에 등판해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4실점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김 감독은 선발을 빨리 바꾸는 이유에 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만약 안타를 얻어맞더라도 자기 공을 던지면 그냥 놔둘수도 있다." 결국 투수들이 본연의 투구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에서 제구가 되지 않는 공을 계속 던지고 있기 때문에 바꿀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선발 투수가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기계적인 패턴에 따라 교체한 경기가 많았다. 불펜이 강하다면 선발 투수의 조기 강판을 수긍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상황도 아니다.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개막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9회 무사 2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권혁 투수를 진정시키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4.02

2016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LG트윈스의 경기가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경기전 한화 송창식이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을 햐하고 있다. 송창식은 14일 두산전에서 1회 2사 만루 상황에 투입돼 4.1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지고 12실점을 당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4.15/
구원진이 74⅔이닝을 던졌는데, 평균자책점이 5.91이다. 홈런 11개를 맞고, 4사구 46개를 내줬다. 이쯤되면 '구원 투수'라는 말이 머쓱하다. 선발 투수의 조기 교체는 불펜 과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장민재가 13경기 중 9경기, 김경태가 8경기에 나왔다. 벌써부터 지난해처럼 구위가 좋은 투수를 마구잡이로 쓴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불펜진을 이끌었던 권 혁과 박정진 송창현도 7경기에 등판했다. 혹사의 영향 때문인지 권 혁과 박정진은 지난 시즌보다 구위가 많이 떨어진 상태다. 최근 이와 관련해 김 감독은 지난 16일 "이 시점에서 변하지 않으면 안될 듯 하다. 팬에게는 미안하지만 올해는 대패하는 경기에서는 (불펜)투수를 아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스스로도 불펜진의 지나친 과부하를 피해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인 듯 하다.

어쨌든 올해 초반 한화의 문제는 명확하다. 1~2회부터 불펜에서 구원 투수가 몸을 푸는 상황에서 선발 투수가 안정적인 투구를 하기는 어렵다.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된 투수, 감독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생각하는 선수가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덕아웃 눈치를 보기에 바쁘다. 단순한 경기력이 아닌 신뢰 문제이기도 하다.

송진우 KBS N 해설위원은 "설사 선발 투수가 경기 초반 흔들린다고 해도, 일정 이닝을 보장해 줘야 이겨낼 수 있다. 특히 나이 어린 젊은 선수라면 더 그렇다"고 했다. 해당 선수는 의욕이 꺾이고, 후유증이 따를 수밖에 없다.


'감독 야구'를 지향하는 김성근 감독은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자신의 지도력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하지만 올시즌 한화는 김성근 감독의 조급증으로 인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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