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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감독은 상황마다 매우 냉정한 결정을 해야한다. 하지만 감독도 감독이기 전에 한 명의 인간. 감정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알파고처럼 100% 기계적으로 움직이지 못한다. 그래서 경기 흐름이 바뀔 때가 있다.
처음 쓰러졌을 때는 큰 부상인 듯 했다. 하지만 피노는 이내 털고 일어나 이명기를 상대했다. 곧바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통증이 남아있는 듯 투구 후 정상 동작을 취하지는 못했다. 한 타자만 잡으면 승리 요건을 갖출 수 있는 피노이기에 투구를 강행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명기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만루 위기를 맞았고, 대타 박재상에게 2타점 좌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또다시 최 정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볼넷을 내준 뒤 덕아웃을 향해 괜찮다는 사인을 먼저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의윤에게 역전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최악의 상황이 연출됐다. 5회를 무실점으로 막았다고 해서, kt 승리가 무조건 보장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흐름상 후반 유리한 싸움을 할 수 있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 전 조 감독은 투수 교체 타이밍의 어려움을 얘기했다. 주 권 얘기가 나오자 "그 때 내가 한타자만 더 잡으라고 속으로 얼마나 응원을 했는지"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고졸 2년차 주 권은 13일 고척돔 넥센 히어로즈전에 시즌 처음 선발로 등판했었다. 주 권도 4회까지 잘던졌다. 하지만 팀이 3-1로 앞서고 있던 5회 4실점하며 무너졌다. 그 때도 이날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조 감독은 주 권이 승리투수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 교체를 하지 않았는데 결국 역전을 당했다. 조 감독은 그 경기 후 "감독 실수로 경기가 어렵게 흘렀다. 하지만 이렇게 선수를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시즌은 길다. 또 비슷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조 감독은 그 때 어떤 결정을 내릴까.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