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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억원 FA 포수가 대타 요원으로 활약한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LG는 오프시즌 유일한 외부 FA 선수로 정상호와 총액 32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유강남-최경철이라는 괜찮은 포수진을 갖췄지만 상위권으로 확실히 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더 안정감있는 포수 자원이 필요하다는 양상문 감독과 구단의 판단이었다. 그런데 개막 후 치러진 7경기에서 모두 유강남이 선발 포수로 마스크를 썼다.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전에 헨리 소사가 선발로 등판해 지난해 호흡을 맞춰봤다는 이유로 유강남이 선발 출전했을 때는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SK 3연전까지 모두 제대로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이유가 있다면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정상호의 실력이 유강남보다 떨어진다는 단순한 이유다. 하지만 정황상 이 이유는 아닐 것이다. 두 번째는 정상호가 정상적으로 경기를 소화할 수 없는 몸상태라고 추측할 수 있다. 거액을 들여 영입한 선수가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으면서, 경기에 나서지 않는 기묘한 상황이다. 그런데 선수 본인은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고 하니 미스터리한 일이다.
다만 리빌딩의 일환으로 유강남에게 기회를 준다, 기존 선수들과의 호흡이 좋아 선발로 선택했다고 LG가 말한다면 이도 변명밖에 될 수 없다. LG에게는 그 어느 시즌보다 시즌 초반이 중요하다. 젊은 선수 위주의 1군 엔트리를 꾸려, 초반 승리를 쌓고 치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젊은 선수들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야수진은 젊은 선수들이 방방 뛰어다니더라도, 포수 자리만큼은 경험이 중요하다고 판단돼 정상호를 영입한 LG였다. 그를 초반 중용하고, 시즌을 치르며 서서히 유강남에게 기회를 넓혀 주는 게 맞는 수순이다. 호흡 문제는, 그 논리라면 시즌 내내 풀 수 없는 숙제다. 시즌 중에 호흡을 맞추는 연습을 할 수는 없다. "경기 후반 타이트한 경기에서 리드와 2루 송구가 좋아 아껴놓고 쓸 수 있다"라고 말한다면 그 좋은 선수를 선발로 투입해 끝까지 쓰면 더 좋다.
과연 양 감독은 정상호 활용에 대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엇이 FA 포수를 대타 요원으로 바꿔버린 것일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