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넥센히어로즈의 경기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양의지가 3회말 2사 2,3루에서 좌중월 3점 홈런을 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4.08/
양의지(29·두산 베어스)는 시범경기만 해도 울상이었다. "정규시즌 개막이 다가오는데 좀처럼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구단 내에서는 "이거 큰일 났다"는 얘기가 나왔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한 동안 지명타자로 내보내며 체력관리를 해줬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하지만 역시 기우였다. 2년 연속 황금장갑을 낀 주인공답게 본 무대에서 강했다. 당장 첫 날부터 장타가 나왔다. 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16시즌 개막전에서 손 맛을 봤다. 역사적인 '라팍' 1호 홈런. 2-1로 앞선 3회 1사 1루에서 삼성 선발 차우찬을 상대로 우중월 투런 홈런을 폭발했다. 볼카운트 2B2S, 비거리는 120m였다.
그러면서 최근 3년 연속 개막 시리즈에서 모두 대포를 폭발하는 기분 좋은 기록도 이어갔다. 상쾌한 출발이다. 그는 2014시즌 개막전이었던 3월29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4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을 수확했다. 2015시즌 개막전인 3월28일 잠실 NC전에서는 5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다음날 3타수 2안타 1홈런을 때렸다.
흥미로운 점은, 10개 구단 선수 중 최근 3년 간 개막 시리즈에서 홈런을 때린 유일한 타자가 양의지란 사실이다. 포수로는 다소 부담스러운 5번 자리이지만 올해도 코칭스태프 기대에 완벽히 부응하고 있는 셈이다. 9일 현재 성적은 7경기 타율 0.250(24타수 6안타) 3홈런 8타점이다. 홈런은 정의윤(SK 와이번스)와 공동 1위, 타점은 박석민(11개·NC 다이노스)에 3타점 뒤진 4위다. 또한 도루 저지율이 4할이며, 포일은 한 개도 없다.
그렇다면 축 처진 타격감이 개막과 동시에 정상 궤도로 진입한 비결은 무엇일까. 대단한 비법이 있는 건 아니다. 그는 "집중력의 차이"라고 다소 평범한 대답을 내놨다. 모의고사(시범경기)와 수능(정규시즌)은 다르다는 얘기.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하니 확실히 긴장 되고 집중도 된다"고 했다. 또 "시범경기 땐 안 맞아도 이렇게 안 맞나 싶었는데, 1일부터는 신기하게 장타가 나온다"고 웃었다.
수비에 비중을 둔 것도 타격감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는 1일 삼성전에서 1회초부터 연속 4안타를 맞고 흔들리던 니퍼트를 잘 다독여 6⅓이닝 2실점 피칭을 이끌었다. 6일에는 새 외인 보우덴과 배터리를 이뤄 8이닝 2피안타 무실점의 환상적인 투구를 도왔다. 둘 모두 시범경기에서 미덥지 않았다는 점에서 양의지의 가치를 알 수 있는 대목. 그는 평소 "주자의 도루를 잡기 위한, 나를 위한 볼배합은 없다"고 숱하게 밝혔는데, 이번에도 "팀이 이기려면 수비에서 더 잘해야 한다. 마스크를 쓰고 집중하다 보니 타격 결과도 좋게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니퍼트가 시범경기에서 부진했지만, 사실 내가 받았을 때는 괜찮았다"고 특유의 웃음도 지었다.
다만 부상 징크스는 걱정이 된다. 그는 128경기 체제였던 2년 전 97경기에, 지난 시즌에는 132경기에 나섰다. 원인은 모두 의도치 않은 부상. "더할 나위 없는 시즌 출발이지만, 이후 꼭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다"는 게 그의 말이다. 양의지는 "올해는 정말 다치지 않았으면 한다. 늘 전반기까지 좋은 페이스를 보이다가 후반기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며 "솔직히 144경기 체제가 너무 힘들다. 하지만 감독님이 체력 조절을 해주시는 만큼 부상만 없으면 팀 승리에 더 보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16 프로야구 두산과 삼성의 개막전이 열렸다. 3회초 2점 홈런을 친 두산 양의지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대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