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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투 안놓친 박병호, 첫 홈런 어떻게 나왔나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04-09 12:46 | 최종수정 2016-04-09 12:46


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가 9일(한국시각)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8회초 좌중간 솔로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AFPBBNews = News1

역시 실투를 놓치지 않는 것이 박병호의 힘이다.

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가 마침내 메이저리그 첫 대포를 쏘아올렸다. 박병호는 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2-2 동점이던 8회초 1사후 좌중월 솔로홈런을 쏘아올렸다. 시즌 개막 후 꾸준히 기회를 가졌던 박병호는 3경기, 12타석만에 기다렸던 대포를 가동했다.

6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한 박병호는 앞선 세 타석에서는 한 차례 볼넷으로 출루했을 뿐 나머지 두 타석에서는 찬스를 맞고도 적시타를 날리지 못했다. 0-0이던 2회초 선두타자로 첫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는 캔자스시티 오른손 선발 요바니 벤추라를 상대로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초구 94마일 직구를 볼로 고른 뒤 2구째 96마일 직구가 약간 가운데로 쏠리자 어김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타구는 중견수쪽으로 뻗어나갔지만, 캔자스시티 중견수 로렌조 케인이 펜스 앞에서 잡아냈다.

1-2로 뒤진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얻었다. 시즌 2번째 볼넷. 2사후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는 벤추라와 풀카운트 접전을 벌인 끝에 6구째를 파울로 걷어낸 뒤 7구째 93마일 낮게 떨어지는 직구를 볼로 골라 걸어나갔다. 그러나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는 실패했다. 세 번째 타석에서는 찬스를 살리지 못해 아쉬웠다. 1-2로 뒤진 6회 1사 1,3루. 상대 투수는 오른손 루크 호체바. 박병호는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커브 스트라이크를 보낸 뒤 4구째 원바운드로 떨어지는 77마일 너클커브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그러나 박병호는 기죽지 않았다. 앞선 세 타석에서 비록 안타를 치지 못했지만, 8회초 마침내 장타를 터뜨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상대는 오른손 투수 호아킴 소리아. 초구 80마일 높은 슬라이더를 볼로 고른 박병호는 2구째 89마일 직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냈다.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79마일짜리 밋밋한 슬라이더가 한복판으로 떨어지자 박병호는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향해 뻗어나갔고, 비거리 433피트(약 132m) 지점에 떨어지는 대형 홈런으로 이어졌다. 올시즌 코리안 메이저리거 가운데 첫 번째 아치이기도 하다.

박병호는 시범경기와 지난 두 경기에서 낮게 떨어지는 빠른 변화구에 방망이를 헛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KBO리그 투수들보다 떨어지는 속도가 빠른 변화구에 적응하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이날도 세 번째 타석에서 호체바의 3구째 몸쪽으로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커브에 완벽하게 타이밍을 빼앗겼고, 4구째 같은 구종이 스트라이크존으로 날아들다 홈플레이트서 뚝 떨어지자 힘차게 돌린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그러나 4번째 타석에서 박병호는 소리아의 슬라이더가 한복판으로 몰리는 실투가 되자 자신있게 스윙을 했다. 안정된 스윙 밸런스에 공은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았다.

변화구에 속더라도 박병호의 타격 밸런스는 흔들림이 적다. 그만큼 어떤 공에도 자기 스윙을 한다는 이야기다. 삼진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지만, 실투가 오면 힘있게 배트 중심에 맞힐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첫 홈런이 생갭다 일찍 나왔기 때문에 박병호는 좀더 자신감을 갖고 상승세의 타격감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한편, 미네소타는 박병호의 앞서 나가는 홈런에도 불구하고 8회말 2점을 내줘 3대4로 역전패, 시즌 개막후 4연패의 늪에 빠졌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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