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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돌아오면 실패자" 김현수, MLB 도전의지 꺾기 어렵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6-04-01 10:37


플로리다(포트샬럿)=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볼티모어 구단은 향후 거취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김현수는 지난해 12월말 볼티모어 구단과 FA 신분으로 2년간 700만달러 계약을 했다. 마이너행 거부권도 계약서에 넣었다. 그런데 볼티모어 구단은 김현수가 시범경기에서 부진(타율 1할8푼2리)하자 김현수에게 마이너행을 제안했다. 김현수는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구단 제안을 거부한 상태다. 벅 쇼월터 감독은 최근 김현수를 시범경기에 아예 출전시키지 않으면서 압박하고 있다.

한마디로 양측이 골치가 아픈 상황에 직면했다. 김현수가 계속 버티면 볼티모어 구단은 김현수는 개막전 25인 엔트리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다. 그리고 김현수를 계속 압박하려고 한다면 벤치에 앉혀두고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을 것이다. 고의로 선수를 고사시키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대신 볼티모어 구단이 김현수를 방출시킨다면 계약 파기에 따른 700만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과거 2년전 윤석민의 경우는 1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후 계약 2년째 시즌 시작에 앞서 상호 합의로 계약을 파기했다. 그러면서 볼티모어 구단은 윤석민의 잔여 연봉을 지급하지 않고 아낄 수 있다. 윤석민은 친정팀 KIA와 FA 계약해서 지금까지 뛰고 있다.

김현수와 볼티모어 구단이 맺은 계약서 내용이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김현수가 물러서지 않을 경우 볼티모어 구단이 유리할 게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대신 김현수가 계속 벤치에 앉아 있을 경우 그 심적 고통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경기력 유지도 어렵다.

극단적인 경우를 피하기 위해 볼티모어 구단이 김현수를 계속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대신 구단은 김현수를 제대로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방출하면서 생돈 700만달러를 지불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현수는 지난해 12월 29일 미국에서 계약을 마치고 귀국 후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은퇴하고 싶다. 한국으로 돌아오면 실패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 강한 도전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또 김현수는 지난 1월 23일 스프링캠프를 위한 출국 인터뷰에서 "나는 최악의 경우도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잘 안 됐을 때 기죽지 않고 맞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중장거리 타자다. 젊은 FA로 좋은 조건으로 볼티모어 구단과 계약했다. 볼티모어와 계약 당시 볼티모어 이외의 다수의 구단들이 김현수에게 제안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구단들도 김현수를 잡고 싶어 했다. 친정팀 두산 베어스도 같은 입장이었다.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도전 시작 단계에서 출발이 안 좋은 건 분명하다. 볼티모어는 김현수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볼티모어가 타격 뿐만아니라 수비 능력에서 크게 실망한 것 같다고 분석한다. MLB 타자들의 타구 속도에 대한 반응이 너무 늦다는 것이다. 수비 능력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올라오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김현수는 자존심이 강한 선수다. 그가 이미 국내 야구팬들에게 내뱉은 자신의 코멘트가 있다. 그 말들이 아직 잊혀지기도 전에 MLB 도전 의지를 굽히기는 너무 빠른 감도 있다. 김현수의 소속사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마이너행을 거부했고, 계속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김현수의 소속팀이 계속 볼티모어가 될 지는 미지수다. 물론 볼티모어 구단과 김현수의 입장은 상황에 따라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 그게 프로의 세계에선 통용이 될 때가 많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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