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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도 뛰고 있었다면 무조건 2번 타자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2번 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작전수행 능력이었다. 보내기 번트로 주자를 득점권에 위치시키고, 병살타를 치지 않아야 좋은 선수로 평가받았다. 다시 말해 무사 1,3루를 만드는 게 아니라, 1사 2루를 만드는 임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성향보다 소극적이고 신중한 자세가 요구됐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더 이상 주자를 위해 타자의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 경기 후반에는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초반엔 대다수 감독이 '알아서 하라'고 2번 타자에게 주문한다. 그것이 빅이닝으로 가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류중일 감독은 2011년 부임 첫 해부터 강한 2번을 들고 나왔다. 또 1회부터 2번 타자에게 보내기 번트를 지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는 "선수가 알아서 기습번트를 댔으면 댔지, 내가 작전을 낸 적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타선에 힘이 생겼다. 굳건한 마운드와 함께 최근 2년 연속 팀 타율 3할을 넘기며 정규시즌 5연패의 금지탑을 세웠다. 평소 류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 특별히 손을 대지 않기로 유명한데, 2011년부터 4년 간 박한이가 가장 많이 2번 임무를 맡았다. 지난 시즌에는 박해민이 72경기에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구자욱-박해민-나바로-최형우-박석민-이승엽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타선을 구축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