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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혁 같은' 삼성 '2번' 주인공은 누구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3-31 11:05


삼성 라이온즈 2번 후보 박해민-배영섭-박한이. 스포츠조선 DB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과 양준혁 MBC SPORTS+ 해설위원. 스포츠조선 DB

"그 때도 뛰고 있었다면 무조건 2번 타자지."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 입에서 양준혁 MBC SPORTS+ 해설위원 이름이 나왔다. 29일 신축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감독실에서다. 류 감독은 "시즌 구상은 대략적으로 마쳤다. 1번은 구자욱으로 간다"며 "다만 2번 타순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박해민, 박한이, 배영섭 중 한 명이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타선이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기 위해서는 2번이 세야 한다. 대표팀에서도 강정호를 2번으로 넣으니 확실히 힘이 느껴지더라"며 "(양)준혁이한테 몇 번이나 그랬다. '네가 뛰고 있었다면 무조건 2번으로 썼을 것'이라고. (양)준혁이가 2번에 포진해 있다고 생각해 봐라. 느낌이 다르다"고 했다.

'강한 2번'은 현대 야구의 흐름이다. 컨택트 능력, 파워, 선구안, 스피드를 겸비한 만능 타자를 그 임무를 맡는다. 메이저리그 슈퍼 스타 마이크 트라웃(LA에인절스), 꾸준함의 대명사 조이 보토(신시내티 레즈)가 2번이다. 지난해 후반기 엄청난 성적을 거둔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도 올 시즌 2번 타자 우익수로 예상된다. 일본 야구 역시 야쿠르트의 2번 타자 가와바타 신고가 타율 1위(0.336)에 오르며 팀을 센트럴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요코하마 DeNA의 알렉스 라미레즈 신임 감독도 "공격형 2번 타자를 내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2번 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작전수행 능력이었다. 보내기 번트로 주자를 득점권에 위치시키고, 병살타를 치지 않아야 좋은 선수로 평가받았다. 다시 말해 무사 1,3루를 만드는 게 아니라, 1사 2루를 만드는 임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성향보다 소극적이고 신중한 자세가 요구됐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더 이상 주자를 위해 타자의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 경기 후반에는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초반엔 대다수 감독이 '알아서 하라'고 2번 타자에게 주문한다. 그것이 빅이닝으로 가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류중일 감독은 2011년 부임 첫 해부터 강한 2번을 들고 나왔다. 또 1회부터 2번 타자에게 보내기 번트를 지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는 "선수가 알아서 기습번트를 댔으면 댔지, 내가 작전을 낸 적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타선에 힘이 생겼다. 굳건한 마운드와 함께 최근 2년 연속 팀 타율 3할을 넘기며 정규시즌 5연패의 금지탑을 세웠다. 평소 류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 특별히 손을 대지 않기로 유명한데, 2011년부터 4년 간 박한이가 가장 많이 2번 임무를 맡았다. 지난 시즌에는 박해민이 72경기에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구자욱-박해민-나바로-최형우-박석민-이승엽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타선을 구축했다.

그런데 올해는 2번을 칠 수 있는 타자가 셋이나 된다. 박해민, 박한이, 배영섭. 나란히 외야수로서 셋 중 한 명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 구단은 최근 채태인(넥센 히어로즈)을 트레이드하며 '구자욱 1루 체제'를 만들었지만, 외야 교통 정리는 아직이다. 따라서 류 감독의 고민도 현재 진행형이다. 누굴 2번으로 쓸지, 그에 따른 6,7번은 어떻게 구성할지 선택이 쉽지 않다. 그는 "유동적이다. (박)해민이가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면 경기 후반 대주자, (배)영섭이가 빠지면 대타로 활용할 것"이라면서 "구자욱이 조금 힘겨울 땐 배영섭이 1번으로 가는 변화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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