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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10년간 KBO리그, 국제대회에서 쌓은 기록이 아닌, 한 달여간 시범경기에서 거둔 성적에 집착하는 걸까. 왜 2006년부터 꾸준히 검증한 타격 기술이 아닌, 일시적으로 무너진 밸런스에서 확신을 갖는 걸까.
그럼에도 '계약 해지'를 운운하는 건 볼티모어의 엄청난 실책이다. 이제 고작 시범경기. 본무대는 막도 오르지 않았다. 국내 야구 환경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어느 구단도 시범경기에서 '외국인 선수'를 내보내겠다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최소한 정규시즌에서 한 달간 지켜본 뒤 최종 결정을 한다. 그것이 상식이다. 외국인 선수 신분인 김현수라고 다르지 않다. 장고 끝에 김현수를 택했다면 그에 걸맞은 기회가 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
'방출'이 아닌, 계약 해지라는 방식도 문제다. KBO리그 야구 규약 외국인 선수 고용 규정에 따르면 구단이 원치 않아 선수를 방출할 경우 잔여 연봉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 메이저리그 역시 이 규정이 적용된다. 하지만 볼티모어는 계약해지라는 말을 꺼냈다. 돈을 아끼고 고위 관계자가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윤석민 사례와 김현수는 다르다. 실전을 치른 지 이제 한 달도 되지 않았다. 지금 돌려보내는 방안을 검토하는 건 상식에서 벗어난 얘기다. 또한 지난해 12월 2년 간 700만 달러의 공식 계약을 체결한 볼티모어 단장이 스스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꼴이다.
한 야구인은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볼티모어 구단에 분명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김현수를 옹호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못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시범경기 때 이런 문제가 불거지는 건 납득할 수 없다. 한 달간의 모습을 보고 계약 해지를 운운하는 건 상식 이하 행동"이라고 했다. 그럴 수록 선수는 더 압박 받고,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건 뻔하다는 논리다.
결국 김현수의 어깨만 더 무거워졌다. 더불어 그가 OPS를 높여야 하는 이유도 분명해졌다. 그 무대가 마이너리그라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분명한 사실, 김현수는 돌아올 마음이 없다. 김현수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그의 거취를 논하는 건 시기상조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