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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임창용, 정말로 반성하고 있을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6-03-28 12:20


'자숙' '반성' '용서' '보답'

물의를 일으킨 프로야구 선수들이다시 복귀하면서 흔히 쓰는 단어들이다. 잘못을 저질러 징계를 받았던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컴백할 때 가장 신경쓰는 건 팬들의 여론인데, 그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반성하는 모습과 함께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하다. 저런 단어들은 사과문의 단골 손님들이다.


KBO는 해외 원정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킨 임창용에 대해 8일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스포츠조선DB
하지만 이 단어들에 진정성이 담겼는 지는 알 수 없다. 프로선수들에게 야구는 냉정히 말해 '호구지책', '밥벌이 수단'이다. 그게 중단됐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일터로 돌아오려고 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때로 단어의 진정한 의미 따위 몰라도 상관없다. 가끔은 '듣기 좋은 말로 들끓는 여론을 일단 가라앉히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는 듯 하다.

우여곡절끝에 고향팀 KIA 타이거즈로 돌아온 임창용은 구단을 통해 "자숙하고 반성하며 그라운드에 설 수 있기를 고대했고, 저에게 기회를 준 KIA 구단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야구를 다시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고, 다른 말 필요 없이 야구를 통해 백의종군하며 많은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셨던 팬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KIA와 계약하며 '책정'된 연봉 3억원 전액을 기부하고 지속적인 재능 기부활동을 펼치겠다고도 했다.

이런 임창용의 소감에 진정성은 얼마나 담겨 있을까. 그는 정말 '자숙'하고, '반성'하면서 팬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을까? 뭐, 그럴 수도 있다. 그 본보기로 KIA에서 '받기로 약속'한 3억원의 연봉을 선뜻 기부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일반 직장인들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연봉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어딘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엄밀히 따져보면 임창용은 그냥 좋은 말로 생색만 낸 격이나 다름없다. '3억원'은 임창용의 현재 실질자산이 아니다. KIA가 올시즌 임창용의 1군 기대가치에 지불하기로 약속한 돈일 뿐이다. 아무리 빨라도 6월 하순은 돼야 1군에서 뛸 수 있는 임창용이 수중에 들어오지도 않은 계약서 상의 돈을 자기 이름으로 기부하는 건 진정성과는 좀 거리가 먼 듯 하다.

돌이켜보면 임창용은 불법 도박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사회적 기여활동이나 기부, 봉사, 팬에 대한 보답과는 거리가 좀 먼 캐릭터였다. 물론 그라운드안에서는 뛰어난 기량으로 많은 기쁨을 전했다. 그러나 임창용 역시 그에 충분히 상응하는 연봉과 처우를 받았다. 봉사활동을 한 게 아니는 것이다. 그저 임창용은 자기 할 일을 한 것이고, 오히려 팬들의 사랑을 일방적으로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과연 임창용은 지난 20년간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일본 프로야구에 이어 메이저리그의 문까지 두드리고 오면서 얼마나 진심으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을까. 누적 연봉소득으로 치면 100억원 이상을 벌었지만, 과연 임창용이 박찬호나 양준혁처럼 다양한 형태의 재단 설립, 기부 봉사 활동을 해왔을까.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임창용과 관련한 미담 사례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임창용이 '남몰래 선행'의 대표주자일 수도 있다. 아주 극비리에 많은 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자신이 받은 성원을 다시 베풀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부디 그랬길 바라는 입장이기도 하다. 만약에 그래왔다면 명예 회복은 금세 이뤄질 수 있다.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런 선행과 거리가 멀었다면 이번에야 말로 좋은 기회를 얻은 셈이다. 이왕 그라운드로 돌아온 만큼 많은 사랑과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제대로 된 '반성' '용서' '보답'을 실천하는 게 바람직하다. 진정성을 지닌 채 봉사와 사회적 기여활동에 나선다면 불법도박으로 실추된 명예쯤 금세 회복될 수 있다. 임창용은 과연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을까. 지켜보면 알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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