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숙' '반성' '용서' '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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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끝에 고향팀 KIA 타이거즈로 돌아온 임창용은 구단을 통해 "자숙하고 반성하며 그라운드에 설 수 있기를 고대했고, 저에게 기회를 준 KIA 구단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야구를 다시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고, 다른 말 필요 없이 야구를 통해 백의종군하며 많은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셨던 팬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KIA와 계약하며 '책정'된 연봉 3억원 전액을 기부하고 지속적인 재능 기부활동을 펼치겠다고도 했다.
이런 임창용의 소감에 진정성은 얼마나 담겨 있을까. 그는 정말 '자숙'하고, '반성'하면서 팬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을까? 뭐, 그럴 수도 있다. 그 본보기로 KIA에서 '받기로 약속'한 3억원의 연봉을 선뜻 기부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일반 직장인들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연봉이다.
돌이켜보면 임창용은 불법 도박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사회적 기여활동이나 기부, 봉사, 팬에 대한 보답과는 거리가 좀 먼 캐릭터였다. 물론 그라운드안에서는 뛰어난 기량으로 많은 기쁨을 전했다. 그러나 임창용 역시 그에 충분히 상응하는 연봉과 처우를 받았다. 봉사활동을 한 게 아니는 것이다. 그저 임창용은 자기 할 일을 한 것이고, 오히려 팬들의 사랑을 일방적으로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과연 임창용은 지난 20년간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일본 프로야구에 이어 메이저리그의 문까지 두드리고 오면서 얼마나 진심으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을까. 누적 연봉소득으로 치면 100억원 이상을 벌었지만, 과연 임창용이 박찬호나 양준혁처럼 다양한 형태의 재단 설립, 기부 봉사 활동을 해왔을까.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임창용과 관련한 미담 사례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임창용이 '남몰래 선행'의 대표주자일 수도 있다. 아주 극비리에 많은 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자신이 받은 성원을 다시 베풀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부디 그랬길 바라는 입장이기도 하다. 만약에 그래왔다면 명예 회복은 금세 이뤄질 수 있다.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런 선행과 거리가 멀었다면 이번에야 말로 좋은 기회를 얻은 셈이다. 이왕 그라운드로 돌아온 만큼 많은 사랑과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제대로 된 '반성' '용서' '보답'을 실천하는 게 바람직하다. 진정성을 지닌 채 봉사와 사회적 기여활동에 나선다면 불법도박으로 실추된 명예쯤 금세 회복될 수 있다. 임창용은 과연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을까. 지켜보면 알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