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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라는 오명을 쓸 뻔 했는데, 그 뒤에서 LG 트윈스 정현욱은 눈물 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627일만에 그렇게 돌아오고 싶던 마운드로 돌아왔다.
사실 정현욱은 오해 아닌 오해를 샀었다. 2013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으 LG에 입단했다. 4년 28억6000만원의 조건. 첫 해 47⅔이닝 16홀드 평균자책점 3.78을 기록했다. 전반기 투혼을 발휘하다 후반기 부진했지만, LG는 당시 정현욱이 초반에 주춧돌을 만들어주지 않았다면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이후 팔꿈치가 아파 공을 던지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혹자는 "11년 만에 가을야구 하게 역할한 것만으로도 FA 역할 다했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공백이 길었다. 워낙 성실한 스타일이기에, 2014년 팔꿈치 수술 후 지난해 복귀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그의 복귀는 감감 무소식이었고, 팔꿈치가 아닌 암이 그를 힘겹게 하고 있음이 알려졌다.
정현욱은 이날 경기 140km를 갓 넘는 구속을 기록했다. 구속은 더 오르기보다 시즌을 치르며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를 악물고 1구, 1구를 던져야 하는 불펜 투수 입장에서 매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정현욱이 전력적으로 얼마나 팀에 도움이 되느냐 보다는 그가 큰 병을 이겨내고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다는 자체를 의미있게 받아들이는 게 맞는 일이다. 여기에 불펜에서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탠다면 정현욱 본인과 LG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프로 스포츠가 팬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감동 스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