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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욱 희망투, 프로 스포츠가 주는 최고 감동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3-27 08:37



'먹튀'라는 오명을 쓸 뻔 했는데, 그 뒤에서 LG 트윈스 정현욱은 눈물 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627일만에 그렇게 돌아오고 싶던 마운드로 돌아왔다.

정현욱은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에 팀의 3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팀이 4-2로 앞서던 6회초 1사 주자없는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 공 7개를 던지며 박건우와 최주환을 범타처리했다. 삼성 라이온즈 소속 전성기 시절, 밥먹듯이 하던 홀드를 시범경기에서 정말 힘겹게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정현욱은 지난 2014년 7월 8일 두산과의 경기 이후 627일 만에 실전에 등판했다. 일단 외형 자체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살이 엄청나게 빠진 모습. '어디 아팠느냐'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변화였다. 실제로 아팠다. 정현욱은 2014년 말 위암을 발견하고 수술대에 올랐다.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이가, 프로야구 선수로 다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인간 승리다. 평상시 체중에서 20kg의 체중이 빠졌는데, 1군 타자들을 상대할 수 있는 공을 던진다는 일은 그렇게 쉽지 않다.

사실 정현욱은 오해 아닌 오해를 샀었다. 2013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으 LG에 입단했다. 4년 28억6000만원의 조건. 첫 해 47⅔이닝 16홀드 평균자책점 3.78을 기록했다. 전반기 투혼을 발휘하다 후반기 부진했지만, LG는 당시 정현욱이 초반에 주춧돌을 만들어주지 않았다면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이후 팔꿈치가 아파 공을 던지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혹자는 "11년 만에 가을야구 하게 역할한 것만으로도 FA 역할 다했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공백이 길었다. 워낙 성실한 스타일이기에, 2014년 팔꿈치 수술 후 지난해 복귀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그의 복귀는 감감 무소식이었고, 팔꿈치가 아닌 암이 그를 힘겹게 하고 있음이 알려졌다.

사실, 야구계 내부와 일부팬들 사이에서는 정현욱의 암투병 사실이 지난해부터 알려졌다. 안쓰러울정도로 야윈 그의 모습이 포착되며 투병 사실이 조금씩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현욱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때까지 어떤 얘기 없이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을 선택했다. 그리고 멋지게 돌아왔다.

정현욱은 이날 경기 140km를 갓 넘는 구속을 기록했다. 구속은 더 오르기보다 시즌을 치르며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를 악물고 1구, 1구를 던져야 하는 불펜 투수 입장에서 매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정현욱이 전력적으로 얼마나 팀에 도움이 되느냐 보다는 그가 큰 병을 이겨내고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다는 자체를 의미있게 받아들이는 게 맞는 일이다. 여기에 불펜에서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탠다면 정현욱 본인과 LG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프로 스포츠가 팬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감동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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