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류중일 "외인? 할 말이 없다", 정작 실전에서 펄펄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3-13 16:15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13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다. 삼성 발디리스 타격.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3.13/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13일 대전구장. 한화 이글스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서다. 류 감독은 외국인 타자 아롬 발디리스 얘기가 나오자 "지금보다 몇 배는 스윙 스피드가 빨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테임즈(NC)나 아두치(롯데)를 봐라. 위압감을 준다. 그러나 발디리스는 배트 스피드가 느리다. 그나마 캠프에서보다는 빨라졌다"는 얘기다. 류 감독은 그러면서 "임팩트 순간 스피드가 중요하다. 이승엽도 젊었을 때와 지금 확실히 차이가 난다"며 "발디리스 스피드로는 큰 것을 치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날에도 장신 외국인 선수 콜린 벨레스터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벨레스터는 11일 시범경기 첫 등판을 했다. 울산 롯데전에 선발로 출격해 3이닝을 소화했다.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하지만 볼넷이 3개였다. 그 중 스트레이트 볼넷이 2개였다. 류 감독은 "양 쪽 코너에 낮게 낮게 가다가 볼넷이면 괜찮다. 그런데 볼이 높은 쪽으로 들어가더라"고 불만족스러운 눈치였다. 아울러 "웹스터가 13일 선발로 나간다. 어떻게 던질지 지켜봐야 한다"며 "언제까지 외인 세 명을 지켜봐야 하는지"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런 류 감독의 말을 외인들이 듣기라도 한 걸까. 한화와의 두 번째 시범경기에서 발디리스와 웹스터가 나란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먼저 선발로 등판한 웹스터. 4이닝 동안 4피안타 2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77개의 공을 던지면서 7탈삼진. 직구 최고 시속은 153㎞였으며, 평균 이상의 제구력을 선보였다.

기본적으로 정직하게 들어가는 공이 없었다.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미묘한 변화를 줬다. 오른손 타자에게 특히 바깥쪽 일변도의 피칭을 하면서도 정타를 맞지 않았다. 슬라이더가 꺾이는 순간, 한화 타자들이 흠칫 놀랄 정도였다. 삼성 관계자는 "전형적인 미국 스타일이다. 포심 패스트볼을 거의 던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위기는 두 차례 있었다. 2회와 4회다. 2회 2사 후 7번 신성현, 8번 권용관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1,2루, 그러나 허도환을 4구 만에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4회에는 안타와 볼넷, 야수 실책으로 2사 만루 위기를 맞은 뒤 허도환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그러나 후속 정근우를 2루 땅볼로 처리하며 더 이상 실점없이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발디리스는 3타수 2안타 2타점 1볼넷이다. 전날까지 장타가 없었지만 마침내 대포를 폭발했다.그는 1회 첫 번째 타석에서 한화 선발 김용주의 체인지업을 통타해 110m짜리 솔로 홈런을 폭발했다. 볼카운트 2B1S에서 가운데 실투를 놓치지 않고 잡아 당겼다. 이후 2회는 볼넷, 4회는 삼진이었다. 그리고 6회. 1사 1,2루에서 두 번째 투수 정재원을 상대로 중전 적시타를 날렸다. 연습 배팅에서와 달리 플레이볼이 선언되자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아갔다.

결국 팀도 두 명의 외인을 앞세워 한화를 8대1로 제압했다. 5승1패. 외국인 투수 얘기만 나오면 "잘 모르겠다", "할 말이 없다"던 류 감독이지만 이날은 모처럼 웃으며 그라운드를 빠져 나갔다.

대전=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