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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정훈 톱타자 만들기, 타선 운명 달렸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03-12 20:44


롯데가 시범경기서 정 훈의 톱타자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상적인 타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 훈이 1번타자로 성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롯데 자이언츠의 시범경기 과제 가운데 하나는 톱타자 찾기다.

이상적인 타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출루율과 기동력에서 어느 정도 실력이 검증된 톱타자가 필요한 상황. 지난해 롯데는 손아섭과 아두치가 전후반기로 나눠 톱타자를 맡는 바람에 중심타선의 폭발력도 극대화하지 못했다. 올해는 풀타임은 아니더라도 100경기 이상 1번자리를 맡을 수 있는 톱타자를 세우겠다는 것이 신임 조원우 감독의 생각이다. 손아섭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조 감독은 "우리 타선은 아섭이가 2번타자로 나가야 더욱 강해진다"며 붙박이 톱타자의 등장을 바랐다. 조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정 훈을 톱타자로 기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 훈이 어느 정도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정 훈은 12일 울산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1번 2루수로 선발출전해 4타석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을 올렸다. 이번 시범경기 5게임에서 타율 3할8리(13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 1득점을 기록중이다. 4경기에는 톱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조 감독이 정 훈을 강력한 톱타자 후보로 삼고, 시범경기 시작부터 그를 선봉에 세운 타순을 들고 나가고 있다.

정 훈은 시범경기 첫 날인 8일 SK 와이번스전에서 3타수 1안타을 친 뒤 9일 SK전과 10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무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11일 삼성전서 대타로 나가 우중간 안타를 쳤고, 이날 LG를 상대로는 첫 홈런과 함께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상승세의 타격감.

특히 이날 조 감독은 옆구리 부상에서 벗어난 손아섭을 마침내 선발 라인업에 기용했다. 그동안 구상했던 정 훈-손아섭의 테이블 세터를 처음으로 가동한 것. 지난 겨울 옆구리 통증으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던 손아섭은 일본 가고시마 2차 전지훈련부터 팀에 합류해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시범경기 개막전부터 출전하고 있다. 이날 첫 선발 출전서 4타석 3타수 1안타를 쳤다. 정 훈-손아섭을 타선의 선봉에 세우려는 조 감독이 이 조합을 좀더 테스트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준 셈.

사실 정 훈에게 톱타자 자리는 낯설지 않다. 2년전인 2014년 1번타자로 주가를 올렸다. 그해 1번타자로 381타석에 나가 타율 2할8푼7리, 출루율 3할8푼8리를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수치였다. 지난해에는 1번타자로 112타석에 들어가 타율 2할1푼1리로 부진했다. 오히려 2번타자로 127타석에 나가 타율 3할3리로 강했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조 감독은 정 훈이 폭발적인 기동력은 아니지만 주루 센스 및 맞히는 능력, 선구안이 좋아 톱타자를 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타율은 2할9푼7리, 출루율 3할8푼4리를 올렸다. 시범경기서도 착실하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고, 조금씩 신뢰를 받고 있다.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신고선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후 방출과 군입대 등 우여곡절 끝에 롯데서 주전으로 성장한 정 훈은 올해 다시 한 번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 자리가 다름아닌 톱타자가 될 가능성이 지금은 높아 보인다. 손아섭이 자신있게 2번타자로 들어서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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