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이구동성 "시범경기 일정 문제있다"
지난 8일 시범경기가 시작된 이래 계속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각 지역의 한낮 평균기온은 대부분 5~7도 사이에 머무르고 있다. 게다가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이보다 더욱 낮았다. 8일 광주에는 비까지 내려 KIA-LG전이 우천 취소됐다. 또 10일에는 수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kt-넥센전이 갑작스러운 한파로 열리지 못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다보니 경기를 치르는 팀의 감독과 선수들도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날씨가 너무 추워 선수들의 부상이 우려되기 때문. 10일 대전에서 한화 이글스와 맞붙은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지금 우리나라 날씨에서 경기를 치르는 건 무리다. 선수들이 다치기 쉽다"면서 "이런 날씨에 경기를 하는 건 억지로 하는 것밖에 더 되겠나. 시범경기수를 줄이거나 시작을 좀 더 뒤로 미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전 한화 김성근 감독을 만나서도 "경기 하지 마시죠"라며 진담섞인 농담을 하기도 했다.
시범경기, 너무 많다
추운 날씨도 문제지만, 많은 경기수도 선수들에게는 매우 부담스럽다. 올해 시범경기는 8일부터 27일까지 팀당 18경기씩 총 90경기가 편성됐다. 역대 최다 경기수다. 겨우내 야구에 목마른 팬들에게는 분명 반가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너무 부담이 크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무엇보다 시범경기가 끝난 뒤 불과 4일만 쉰 뒤에 곧바로 페넌트레이스가 시작되기 때문에 사실상 시범경기를 늘린 게 정규시즌 총 경기수를 늘린 것과 흡사한 효과를 낸다. 즉 144경기가 아니라 마치 메이저리그 페넌트레이스와 같은 162경기를 치르는 셈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시범경기를 굳이 이렇게 추운 날씨에 많이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다. 또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 대한 예의가 있으니 무작정 2군 멤버를 낼 수도 없다. 주전 선수들을 많이 써야 하는데 선수들이 다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어 "시범경기 흥행 면에서도 굳이 평일(8일)에 일찍 시작할 필요가 있었을까. 지난해 매진이 된 경기는 주말경기였지 않나. 현실적으로 주말로 시작 시점을 미뤘다면 날씨도 좀 더 따뜻해졌을 것이고, 경기수 부담도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이 강조한 것은 '발상의 유연함'이다. 그는 "4월초까지도 춥다. 그렇다면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경기수를 약간 줄여서 4월15일쯤 정규시즌을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늦춘다면 젊은 감독들이 원하는 대로 스프링캠프 시작을 2월초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