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성장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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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재영은 포심패스트볼(62개, 시속 135~144㎞)과 포크볼(34개, 시속 115~130㎞)의 두 가지 구종만으로 넥센 타선을 상대했다. 이유는 다른 변화구의 제구력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 김재영은 "슬라이더와 커브는 제구가 아직 확실하게 되지 않아 일부러 던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4회까지 패스트볼의 볼끝은 묵직했고, 포크볼의 낙차도 빼어났다.
1회 선두타자 서건창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은 김재영은 후속 박정음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그러나 한화 선발포수 허도환이 박정음의 2루 도루를 저지하며 힘을 실어줬다. 2사후 윤석민에게 내준 우전안타는 2루수와 우익수 사이 공간에 운좋게 떨어진 빗맞은 안타였다. 김재영은 흔들리지 않고 대니 돈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1회를 마쳤다.
여기까지 투구수가 61개였다. 원래 김재영은 투구수에 따라 3~4이닝 정도 던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투구수 관리가 잘 된데다 호투가 이어지자 김성근 감독은 5회에도 등판을 지시했다. 김 감독은 "특별한 이유보다는 잘 던지길래 5회에도 내보내봤다"고 말했다.
그런데 투구수가 60개를 넘긴 5회에 김재영의 제구력이 흔들렸다. 선두타자 장영석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후속 장시윤을 삼진처리했으나 지재옥에게 두 번째 볼넷. 그리고 계속해서 송성문에게도 또 볼넷을 허용해 1사 만루 위기에 빠졌다. 그러자 한화 벤치가 움직였다. 한화 고바야시 세이지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와 "이런 위기도 막아내봐야 한다. 이걸 넘기면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김재영을 격려했다. 또 한화 벤치는 포수를 허도환에서 조인성으로 바꿨다. 볼배합의 변화와 동시에 좀 더 베테랑 포수로 하여금 신인의 짐을 나눠지게 하려는 의도.
모두 적중했다. 김재영은 고바야시 코치의 격려에 기운을 차렸고, 조인성은 노련한 볼배합으로 호투를 이끌어냈다. 김재영은 박정음과 박 윤을 연달아 삼진으로 잡고 실점 위기를 넘겼다. 그는 "위기 상황을 넘기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코치님의 말씀에 힘이 났다. 이후에 조인성 선배님의 미트만 보고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위기를 넘겼다는 면에서 의미가 큰 이닝이었다. 투수로서 한층 성장할 수 있던 이닝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김재영은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특별 인스트럭터로 자신을 전담 지도한 가와지리 데쓰로 코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가와지리 코치님이 밸런스와 중심이동에 관한 지도를 집중적으로 해주셨는데 그게 잘 맞았다. 또 캠프에서 많이 던지며 근력이 늘었고, 밸런스도 잡혔다"면서 "앞으로 기회가 또 오면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