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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수비 못하고 못뛴대' 실력 발휘한 이대호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3-09 07:42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한 이대호가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대호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애틀은 지난 4일(한국시간) 이대호와의 1년 계약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스프링캠프 초대가 포함된 마이너 계약이며, 경쟁을 통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하면 인센티브를 포함해 최대 400만 달러를 받게 된다.

인천공항=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2.05.

홈런, 안타는 없었지만 확실한 성과가 있었다. 약점으로 지적받던 수비와 주루에 대한 편견을 확실히 깨는 활약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 이대호가 깜짝 수비와 주루 플레이로 새로운 무대에 점점 더 적응해가고 있음을 알렸다. 이대호는 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굿이어볼파크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원정 시범경기에 5번-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8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비거리 148m 초대형 홈런을 때려내며 방망이로는 강한 인상을 심어준 이대호. 클리블랜드전에서는 홈런, 안타를 추가하지 못했다. 2회 좋은 선구안을 바탕으로 볼넷을 얻어 선취 득점에 성공하며 4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이어갔다. 이후 우익수 플라이, 삼진으로 세 타석 타격을 마쳤다.

하지만 이날은 수비와 주루에서 빛이 났다. 1회 시작부터 좋은 활약을 했다. 1회말 클리블랜드 선두타자 라미레스가 2루타를 때려냈다. 하지만 오버런한 후 황급히 2루로 돌아오다 허무하게 아웃됐다. 1루수인 이대호가 재빠른 2루 커버 플레이를 펼쳐 라미레스를 2루에서 잡아냈다. 이대호의 빠른 커버와 정확한 태그가 결정적이었다.

2회 볼넷 출루 후 주루도 좋았다. 후속타자 오말리의 우전안타 때 빠른 스피드로 3루까지 뛰었다. 한국에서 플레이할 때는 웬만한 우전안타 타구에도 1루에서 3루까지 못가던 이대호지만, 홀쭉해진 이대호는 더욱 빨라진 주력을 과시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대호는 포수 주니뇨의 큼지막한 중견수 플라이 때 여유있게 홈을 밟아 득점을 기록했다.

수비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2회말 무사 2, 3루 위기서 상대타자 베너블이 1루 땅볼을 쳤을 때, 공을 잡아 홈에서 3루 주자 나폴리를 잡아내는 완벽한 송구를 했다. 전진 수비가 아니었고 타구가 선상으로 붙었기에, 누구도 이대호가 홈에 공을 던질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이대호가 깜짝 수비 플레이로 실점을 막았다. 이대호의 수비 덕에 시애틀은 클리블랜드 후속타자 코우길을 병살 처리하며 무실점 이닝을 만들었다.

5회에는 1-2루간으로 빠지는 타구를 다이빙캐치해낸 후, 투수에게 토스하며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3회말 2루 땅볼이 나왔는데, 다이빙 후 1루로 복귀하다 베이스커버를 들어온 투수 칸스와 부딪히며 상대에 내야 안타를 내줬다. 이는 아직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해 나온 실수. 6회 무사 1루 위기서는 빠른 1루 땅볼 타구를 잡아내 베이스를 잘 터치했다. 하지만 2루주자를 잡기 위한 병살 플레이 도중 글러브에서 공이 매끄럽게 빠지지 않아 주자를 살려주고 말았다. 하지만 빠른 타구를 잘 잡아낸 것만도 나쁘지 않은 플레이였다.


이대호는 현재 메이저리그 25인 엔트리 보장이 확정되지 않은, 1루 백업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해야하는 위치다. 방망이는 괜찮은데, 수비와 주루에 약점이 있다는 현지 평가가 이대호의 발목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평가를 무색케 할 활약을 몸소 보여줬다. 메이저 입성을 위한 경쟁에서 한발 더 앞서나가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대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몬테로는 4번-지명타자로 출전해 3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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